효율성과 실용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물건을 고르거나 돈과 시간을 써야 할 때면 당연히 가성비부터 따진다. 심지어는 평범한 일상이나 인간관계도 ‘쓸모’를 중심으로 관리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도 효율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자산이라면 ‘자기계발’이 정답일 수밖에. 현재 상태에 머무르지 말고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져야 할 것. 능력을 키우고, 돈도 더 많이 벌고, 건강과 외모도 완벽히 관리하자. 새벽부터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좀더 부지런하게, 좀더 치열하게, 좀더 빡빡하게 살아야지!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대세를 거슬러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되는대로 어영부영 살아간다. 세상만사가 실용적이고 효율적으로 돌아갈 리 있나? 게으름뱅이거나 반항아인 이들은 실용주의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을뿐더러 쓸모 없는 것들도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이를테면 고양이와 구멍난 스웨터, 못생긴 도토리 같은 것들?
일본 그림책 『고양이 스웨터』를 보자. 우리의 주인공 고양이는 조그만 오두막에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침대 하나, 식탁 하나, 의자 하나, 난로 하나, 주전자 하나…… 필요한 것만 꼭 갖춰진 간소한 보금자리에다 고양이가 입은 스웨터는 너덜너덜하고 커다란 구멍이 두 개나 뚫려 있다.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지만 뭐라고 한들 상관없다. 추위를 많이 타는 고양이는 언제나 구멍 난 스웨터를 입고 매일매일 도토리에게 모자를 씌우는 일을 한다. 맨머리의 도토리들은 많이 추울 테니까 헉! 꺅! 하고 놀라는 도토리에게 “어~ 미안, 미안.” 하면서 모자를 씌우는 것은 꼭 필요할 일이다. 억울한 표정으로 줄지어 늘어선 도토리들과 이토록 시시하고 단순한 노동이라니, 혹시 고양이는 컨베이어벨트 앞에 선 근면한 노동자일까? 하지만 고양이는 모자를 세 개쯤 씌우고 나면 금세 싫증을 낸다. “아이, 귀찮아.”
도토리에게 모자를 씌우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일지 몰라도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귀찮아지는 것도 그럴 만한 일이고, 그렇다면 그만두고 내일로 미뤄두어도 좋다. 고양이도 도토리도 급할 것 없다. 고양이는 저녁 식사도 해야 하고, 도토리들은 저희들끼리 노래나 부르며 고양이를 놀려대면 그만이니까. 게다가 가만히 보면, 노래를 부르는 도토리들은 모자 쓸 차례를 기다리던 때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 고양이도 도토리에게 모자를 세 개쯤 씌워주었으니 할 만큼 한 셈이고, 귀찮은 일을 손에서 놓는다고 큰일이 날 것 같지도 않다. 통조림을 따서 저녁을 먹는 일만큼 큰 일이 또 있을까. 고양이는 게으름을 피우고, 모자를 쓰지 않은 도토리들은 고양이를 놀리며 즐겁게 합창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느긋하게 흘러간다.
Author
오이카와 겐지,다케우치 마유코,김선양
1996년 무렵부터 다케우치 마유코와 함께 ‘100퍼센트 오렌지’로 활동을 시작. 일러스트, 그림책,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 『그린피스의 집』 『고양이의 스웨터』 등의 작품이 있고, ‘100퍼센트 오렌지’로는 2007년 『요시오가 우유를 쏟은 이야기』로 제 13회 일본 그림책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신초문고 읽었니?』와 『엄마의 친구』의 표지 일러스트 제작. 『꿀꿀이 꿀꿀』 『동그라미 세모 코끼리』 『은행나무 열매』 등의 그림책과 만화작품에 『SUNAO SUNAO』 등이 있다.
1996년 무렵부터 다케우치 마유코와 함께 ‘100퍼센트 오렌지’로 활동을 시작. 일러스트, 그림책,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 『그린피스의 집』 『고양이의 스웨터』 등의 작품이 있고, ‘100퍼센트 오렌지’로는 2007년 『요시오가 우유를 쏟은 이야기』로 제 13회 일본 그림책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신초문고 읽었니?』와 『엄마의 친구』의 표지 일러스트 제작. 『꿀꿀이 꿀꿀』 『동그라미 세모 코끼리』 『은행나무 열매』 등의 그림책과 만화작품에 『SUNAO SUNAO』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