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친구를 사귀고 또래 사회를 형성하며 차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엄마 아빠가 아이를 놀이터나 문화센터에 데리고 가서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것도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우리 아이가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 어쩌나, 외톨이가 되어 슬퍼하면 어쩌나, 마음 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어쨌거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친구 가 많은 게 여러 모로 좋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잘 지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태생적으로 외향성이 낮은 아이라면 더더욱.
『파란모자』의 주인공은 커다란 파란색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다녀서 ‘파란모자’라고 불린다. 다리만 삐죽 나오는 어마어마하게 큰 모자라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리 만무, 대화도 나눌 수 없고 이 리저리 부딪치기만 하는 파란모자는 사람들에게 기피대상이 된다. 이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다. 사람들이 파 란 모자를 피하니 파란 모자도 사람들이 없는 곳만 찾아다닌다. 처음에는 모자 한 겹만큼의 벽이 생겼을 뿐 이었지만 이제는 진짜 거리가 생기고, 파란모자는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진다.
그러기에 왜 처음부터 그런 모자를 쓰고 다녔느냐고 나무란다면 파란모자도 할 말이 있다. 파란모자는 사 실 울퉁불퉁 삐뚤빼뚤 상당히 괴상하게 생겼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까 봐, 그래서 기절이라도 할까 봐 두렵 고 겁이 났던 것이다. 파란모자는 모자 아래로 보이는 약간의 풍경에 위안을 받고 숲속에 들어가 힘겹게 모 자를 벗는 것으로 만족하며 산다. 뭐 어쩌겠는가. 이것이 파란모자에게 주어진 삶이라면 받아들여야지. 그런 데 문제가 생긴다. 파란모자가 점점 자라면서 커다란 모자가 꽉 끼기 시작한 것. 모자는 파란모자를 점점 조 이고 누르고 팽창하다가 그만, 투두둑, 터져나가고 만다. 오, 이런!
Author
조우영
경원대학교 시각디자인과와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아내와 지하철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그림책 『따르릉따르릉』을 펴냈고, 『말썽쟁이 티노를 공개 수배합니다』, 『깨끗한 에너지 태양 바람 물』, 『원리가 보이는 과학』, 『원리가 보이는 사회』 시리즈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은 수첩 속에서 파란모자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친구인 줄 알았는데 책이 나올 때쯤 보니 저를 꼭 닮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야 큰 모자를 조금씩 벗는 기분이 듭니다.
경원대학교 시각디자인과와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아내와 지하철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그림책 『따르릉따르릉』을 펴냈고, 『말썽쟁이 티노를 공개 수배합니다』, 『깨끗한 에너지 태양 바람 물』, 『원리가 보이는 과학』, 『원리가 보이는 사회』 시리즈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은 수첩 속에서 파란모자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친구인 줄 알았는데 책이 나올 때쯤 보니 저를 꼭 닮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야 큰 모자를 조금씩 벗는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