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자가 한 마리 있다. 텅텅 빈 풀밭 위에 그것도 혼자. 마치 먹잇감 앞에서 숨을 죽이듯 가만히 앉아있던 사자가 스윽 고개를 돌린다. 시선이 닿는 곳에 앉아있는 귀여운 아기. 동물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용맹스런 사자와 아기라니.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 과연 괜찮을까?
잠시 아기가 있는 쪽으로 발을 살짝 내밀었던 사자는 반가운 마음에 쭉 뻗는 아기의 손짓 하나에도 으왕! 놀라서 삐쭉 털을 세운다. 다시 체면을 차리려 우렁차게 울어 보지만 아기는 그런 사자의 맘도 모르고 방긋 웃으며 사자를 흉내 낼 뿐이다. 그렇게 사자의 위협 아닌 위협이 귀여운 장난으로 몇 번 되돌아오더니 급기야는 둘이서 서로의 공간을 넘나들며 쿵쿵, 콩콩콩콩, 발맞춰 걷기 시작한다. 아기와 사슴, 그리고 사막여우와 함께 어울리는 사자에게 첫 장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누군가가 와서 장난을 걸어주길 기다렸던 장난꾸러기처럼 보일 뿐이다. 마치 아기의 천진함이 가닿은 것 같은 사자의 변화에 미소가 지어진다.
Author
김새별
10년을 꽉 채운 카피라이터, 가끔 일러스트레이터. 예전엔 광고를 만들었고, 지금은 종이 위의 작은 세계들을 만든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전우이고, 무지개 너머의 루시를 늘 생각하는 집사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닮아 책과 글을, 어머니를 닮아 공상과 그림을 사랑한다. 에세이 『엄마로 자란다』, 그림책 『엄마, 안녕? 아가, 안녕?』을 쓰고 그렸다.
10년을 꽉 채운 카피라이터, 가끔 일러스트레이터. 예전엔 광고를 만들었고, 지금은 종이 위의 작은 세계들을 만든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전우이고, 무지개 너머의 루시를 늘 생각하는 집사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닮아 책과 글을, 어머니를 닮아 공상과 그림을 사랑한다. 에세이 『엄마로 자란다』, 그림책 『엄마, 안녕? 아가, 안녕?』을 쓰고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