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거주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90%를 넘어선 한국에서 한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보존, 전승, 재창조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 마을 사람들이 두레와 품앗이로 함께 일했던 농촌의 풍속은 과거의 화석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고, 도시의 오래된 건물과 골목은 신도시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문화콘텐츠가 온라인을 매개로 하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향유할 수 있게 되면서 거대자본이 기획한 콘텐츠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지역의 문화유산, 생활 양식, 문화 공간, 문화콘텐츠는 지역 사람들의 일상과 더욱 멀어지고 있으며 경관, 물산, 방언, 민속으로 구별되던 각 지역의 특색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그렇지 않아도 협소했던 지역의 문화활동과 문화공간의 범위를 더욱 축소시키고 있다.
이야기는 지역의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나의 생활 주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으로 접하게 될 때 지역 사람들은 지역의 문화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스스로 지역 사회에 속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모든 지역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장소와 사물,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고 있다. 지역의 산과 바다, 하천과 호수, 논과 밭, 오래된 길과 마을의 노거수에도 이야기는 있다. 물론 지역의 문화유산, 마을의 골목과 건물, 집집마다 전해져오는 사진과 문서와 같은 기록물도 저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자의 기억은 지역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가장 핵심적 소재가 된다.
비록 재미있는 이야기꾼은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그의 인생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며 그가 속했던 지역의 시간과 공간의 의미가 내가 평소 느끼던 바와는 달랐음을 알게 된다. 나아가 오늘의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다양한 삶의 행로가 얽히고설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지역의 서사, 지역의 이야기는 도시화, 획일화되어가는 우리 삶의 자리에 신선한 감동을 선사하며 다시금 나와 공동체의 삶의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지역 아카이브는 그런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역 민간기록물 아카이브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소재와 주제가 되는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 및 역사문화자원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수집한 것을 일정한 방식으로 분류하여 보관하며, 시민들이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장치이다. (책머리에 中)
Contents
발간사
추천사
책머리에
1부 지역기록물과 지역 아카이브
1장 지역기록물의 이해_김명옥
들어가며 /공공기록물과 민간기록물 /민간기록물과 지역기록물 /지역기록물 관리의 이론과 사례 /지역기록물 관리의 중요성 /맺으며
2장 지역사와 지역 아카이브_한정은
지역 아카이브 시대 /지역사 이해 /기록과 지역 아카이브 /지역 아카이브 구축 /지역 아카이브 활성화 과제
2부 지역문화가 살아있는 지역 아카이브
3장 문화도시 청주, 지역기록물이 지역문화가 되다_이경란
들어가며 /기록문화 도시, 청주 /기록문화 시민, 청주 /나가며
4장 시민기록자의 탄생, 이천문화아카이브_이동준
들어가며 /지역문화 뿌리내리기 /지역인문학: 지역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지역 아카이브: 우리 힘으로 우리 지역 기록하기 /지역 아카이브의 새로운 영역들 /지역학: 지역에 대한 통합적 연구 /나가며
5장 내가 만난 기억, 내가 엮은 마을 이야기_배은희
기억을 수집하는 일 /구술사 사업의 전성기 /기억수집가의 구술기록 수집 이야기 /책자로 만들 때 고려할 점 /앞으로의 마을 구술사 사업
6장 성북학 더하기 아카이빙, 성북마을아카이브_강성봉
지역학과 지방문화원, 그리고 마을 아카이브 /지역학 조사·방법론 /성북학의 구현과 실제 /성북마을아카이브 /지역학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