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정신병동의 교도관, 대규모 도살장의 노동자, 살인 드론 전투원…
미국의 21세기 ‘불가촉천민’을 조명하는 통렬한 르포르타주
눈앞에 더러운 것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우리는 즉시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얼른 자리를 옮길 것이다. 사실 “지저분하거나 끔찍한 것을 목격하지 않으려는 욕망 자체는 새롭지 않다.”(31~32쪽) 우리 사회는 혐오스럽고 오염된 것을 부단히 ‘뒤편’으로 격리시켜왔다. ‘문명화’의 이름은 물리적으로 더러울뿐 아니라 규범 문화에서 벗어나거나 ‘야만적’인 모든 부적절한 것들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사회 역시 불결한 것들을 ‘치워버림’으로써 번듯하고 깨끗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존재는 보이지 않을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날 비가시화된 더러운 존재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누구이며, 무엇이 그들을 ‘더럽다’고 낙인찍었는가? 어떻게 그들은 대중의 시선 너머에 방치되었는가?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이자 “조지 오웰과 마사 겔혼을 잇는 작가”, 이얼 프레스는 바로 그런 질문들을 가지고 사회 뒤편의 장면들, 대중이 고개 돌린 채 알려고 하지 않는 ‘더러운’ 문제들로 끊임없이 우리의 시선을 돌려놓는다.
[더티 워크]는 교도소 정신병동·대규모 도살장·드론 전투기지처럼 사회의 뒤편으로 숨겨진 노동 현장부터 바다 위 시추선과 실리콘밸리의 첨단 테크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 곳곳의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필수노동을 다룬다. 마치 거대한 실뭉치의 끝을 놓지 않고 풀어가는 것처럼, 저자는 르포르타주의 형식으로 낙인찍힌 노동자 ‘더티 워커’의 초상과 이를 감추는 권력의 그림자를 생생하고 집요하게 써내린다. 교도관·드론 조종사 등 노동자의 말에서 시작해 노동 환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 관련 전문가와의 인터뷰, 자료 조사와 문헌 연구를 촘촘히 덧붙임으로써 개인의 맥락을 사회적 의미로 확장시키며, 마침내 이러한 ‘더티 워크’가 결국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떠맡겨지는지 그 불평등한 구조를 드러낸다.
더티 워커의 공통된 문제적 양상은 비인간적인 산업 시스템, 지역 사회·정부의 겉핥기식 대응, 자본주의·소비자 사회의 과도한 이윤 추구 그리고 여기에 대중의 무관심이 합쳐지며 지속되고 심화된다.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추천사를 빌리자면, 저자는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아웃소싱하는 더티 워크에 사실은 우리 모두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밝힘으로써 대중이 노동의 불평등을 생각해보도록 촉구한다.” 더 나아가, 더티 워크를 둘러싼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회공동체적 차원에서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며, 타자화된 채 격리된 더티 워커를 사회 내부로 불러들이고 사회의 ‘더러운’ 구석구석을 함께 적극적으로 응시하기를 호소한다.
더티 워크 역시 보이지 않는 계약의 산물이다. 이 계약은 더티 워크를 용인하고 거기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더티 워크에 대해 깊이 알 필요가 없도록 보장한다. 인종차별 계약과 마찬가지로 더티 워크의 계약은 공식 문서로 작성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척하기 쉽다. 그뿐만 아니라 더티 워크가 눈에 띄거나 눈앞에 들이밀어질 때도 쉽게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외부의 힘을 원인으로 들먹일 수 있다. 그러나 틀렸다. (…) 전쟁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부터 가장 취약한 시민을 어디에 감금할 것인가까지 모든 문제에 대해 우리가 내린 결정의 산물이다. 우리가 더티 워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드러낸다. 우리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승인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타인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 있는지를 드러낸다._35~36쪽
Contents
들어가며
PART 1. 교도소 담장 안에서
1장 학대로 얼룩진 시설로 들어가다
2장 어떤 시스템이 교도관을 잔혹하게 만드는가
3장 인권 대신 이윤을 좇는 교도소 자본주의
PART 2. 드론 화면 너머
4장 드론 조종사의 고립된 몸과 마음
5장 가난과 폭력의 상관관계
PART 3.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6장 착취의 연결고리가 된 도살장 노동자
7장 정육산업을 움직이는 거대한 그림자
PART 4. 현대 사회의 뒤편으로
8장 시추선 생존 노동자를 둘러싼 모순된 시선들
9장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이면
나가며
감사의 말
미주
찾아보기
Author
이얼 프레스,오윤성
미국의 작가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 브라운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요커] [뉴욕 타임스] [네이션] [애틀랜틱 먼슬리]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1997년 월간지 [프로그레시브(The Progressive)] 기자로서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의 자국민 인권 탄압을 묵과하고 군사 지원을 도모한 정황을 폭로해, 그 공로로 제임스 애런슨 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뉴 아메리카 재단’이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해 참신한 관점을 제안한 기자에게 수여하는 버나드슈워츠 연구기금을 받은 바 있다.
[더티 워크]는 그의 세 번째 저서로,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시카고 트리뷴] 등의 매체에서 올해의 주목 도서로 소개되며 호평받았다. 2022년에는 저널리즘 도서 부문에 수여하는 힐만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낙태를 둘러싼 미국 사회 내 찬반 논의를 짚어낸 [절대적 신념(Absolute Conviction)], 평범한 사람들이 관습을 깨고 권위에 저항하는 모습을 추적한 [양심을 보았다]를 썼다.
미국의 작가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 브라운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요커] [뉴욕 타임스] [네이션] [애틀랜틱 먼슬리]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1997년 월간지 [프로그레시브(The Progressive)] 기자로서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의 자국민 인권 탄압을 묵과하고 군사 지원을 도모한 정황을 폭로해, 그 공로로 제임스 애런슨 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뉴 아메리카 재단’이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해 참신한 관점을 제안한 기자에게 수여하는 버나드슈워츠 연구기금을 받은 바 있다.
[더티 워크]는 그의 세 번째 저서로,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시카고 트리뷴] 등의 매체에서 올해의 주목 도서로 소개되며 호평받았다. 2022년에는 저널리즘 도서 부문에 수여하는 힐만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낙태를 둘러싼 미국 사회 내 찬반 논의를 짚어낸 [절대적 신념(Absolute Conviction)], 평범한 사람들이 관습을 깨고 권위에 저항하는 모습을 추적한 [양심을 보았다]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