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데이트 앱, 방꾸미기, 중고 거래, 사주 풀이…
젊은 도시인의 참신하고 신랄한 중독 사회 보고서
만성 번아웃의 시대. 퇴근 후 씻지도 않은 채 건조한 얼굴로 방바닥에 앉아 핸드폰 액정 위로 무의미한 스크롤을 하던 어느 날, 우리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고 만 것이다. ‘오늘은 진짜 책상에 앉으려고 했는데…. 넷플릭스 명작 시리즈라도 볼까? 근데 뭔가에 감명받을 기력이 없어…. 지금 이런 생각 중에도 이불에서 나올 생각 안 하고 이딴 월간 운세나 보고 있는데, 문화생활은 대체 언제 하냐고. 중독이다, 중독.’(9쪽) 그런데 가만, 어쩌면 중독된 이 삶 자체가 우리의 문화인 것은 아닐까?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프로 중독러’인 도우리가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여 써낸, 생생한 중독기이자 참신한 사회 보고서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중독’라는 문화 트렌드를 새로이 포착해내며, 21세기 중독 필수템이 되어버린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라는 9가지 문화 트렌드를 각각 비평·분석한다. 문화를 ‘여가 시간을 할애하는 대상’으로 정의한다면, 습관적으로 얼마나 얻었는지 확인하는 인스타그램 ‘좋아요’도, 불안할 때마다 찾는 사주 유튜브도, 스트레스가 심하면 어김없이 입에 갖다 대는 불닭볶음면에 맥주 한 캔도 모두 중독 문화의 요소인 셈이다.
한편, 책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의 제목이 말해주듯, 환상적 욕망을 좇는 가난한 도시의 청년들은 이런 중독을 향한 사랑을 끊어내려야 끊을 수가 없다. 중독 문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지만, 일시적이고 즉각적으로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분명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독은 “자기 위로이면서 자해”(8쪽)이다. 도우리는 중독 문화를 입체적으로 논하며, 오늘날 청년이 중독에 기대어 성실하게 엉망인 삶을 살아낼 수밖에 없는 혼란한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뻐근한 공감을 느끼며 독자 역시 글 안팎으로 어딘가 익숙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책에 아낌없는 추천의 글을 보내준 문화인류학자 김현미와 양다솔 작가, 박참새 작가는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니 이 책은 도우리의 중독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모든 경우가 그렇지 않다 해도 어쨌든 그건 우리가 서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중독’이라는 말은 그런 위치를 드러내기에 적합했다. (중략) 내가 다루고자 하는 문화 주제들과, 몇 언론이나 소비 시장에서 언급하는 문화 트렌드는 상당수 겹친다. 다만 나는 중독된 자로서, 문화를 중독의 언어로 쓰고자 했다.”_11~12쪽
Contents
추천의 글
들어가며: 자기 위로이면서 자해인 것
1장 [ 갓생 ] … 어른 되기 어려워진 시대에 어른 되는 법
2장 [ 배민맛 ] … 현대인의 필수 MSG
3장 [ 방꾸미기 ] …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다는 달콤한 말
4장 [ 랜선 사수 ] … 그 많던 사수는 누가 옮겼을까
5장 [ 중고 거래 ] … 명품 가방부터 판매자의 노동력, 이웃까지 팝니다/삽니다
6장 [ 안읽씹 ] … 톡포비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넘어
7장 [ 사주 풀이 ] … 나를 위로해줄 대안 종교의 시대가 도래했노라
8장 [ 데이트 앱 ] …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9장 [ #좋아요 ] … #외로움 #중독 #사회
나가며: 쓰기에 대한 쓰기들
Author
도우리
칼럼니스트. 왼손잡이였다가 오른손잡이로, 도복순으로 불릴 뻔했다가 도우리라는 이름으로, 화학공학과였다가 철학과 전공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쓰는 사람일 것이라는 믿음은 잃어본 적이 없다.
건축물의 기둥을 뜻하는 라틴어 ‘columna’에서 유래한 칼럼(column)은 장소가 장르의 이름이 된 것이다. 그렇게 쓰는 이들이 거주하기보다 머물다 갈 뿐인 텍스트-자리에 매료되어 프리랜서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한겨레21〉, 〈닷페이스〉, 〈미디어스〉 등의 매체에서 글을 썼다. 지금은 이야기의 기둥 조각들을 재배열하는, 건축물도 특정 구조물도 아닌 장으로서의 잡문 쓰기에 관심이 있다.
칼럼니스트. 왼손잡이였다가 오른손잡이로, 도복순으로 불릴 뻔했다가 도우리라는 이름으로, 화학공학과였다가 철학과 전공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쓰는 사람일 것이라는 믿음은 잃어본 적이 없다.
건축물의 기둥을 뜻하는 라틴어 ‘columna’에서 유래한 칼럼(column)은 장소가 장르의 이름이 된 것이다. 그렇게 쓰는 이들이 거주하기보다 머물다 갈 뿐인 텍스트-자리에 매료되어 프리랜서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한겨레21〉, 〈닷페이스〉, 〈미디어스〉 등의 매체에서 글을 썼다. 지금은 이야기의 기둥 조각들을 재배열하는, 건축물도 특정 구조물도 아닌 장으로서의 잡문 쓰기에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