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다』는 예술인,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서도 담담히 자신의 길을 가는 세 인물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평범한 일상에 불쑥 들이닥친 시련을 묵묵히 헤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잔잔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자신의 책을 출간하고 싶어 하지만 외주 작업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지현, 미학의 이상에 대해 연구하면서도 불안하고 막막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대학 시간 강사 강은영,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재료비와 생활비를 아껴가며 그림 그리는 일을 간신히 이어나가는 무명작가 이지은. 세 인물의 다른 듯 비슷한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되며 책의 메시지가 은은하고 깊게 전해진다.
“종종 발목을 잡는 가난보다 미웠던 건, 가난을 떨쳐내지 못하는 나의 어쭙잖은 재능이었다. 차라리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나를 덜 미워할 수 있었을까?” _작가의 말 중에서
최다혜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2년여의 작업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레 타자화되고 객관화되었다. 선택의 순간에 갈등하는 작품 속 인물들이 마침내 어떤 삶을 택했는지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놓인 현실을 그저 살아가는 것 자체가 결말이 되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렇게 어떤 형태로든 삶을 계속해 나가는 인물들의 태도는 저자 자신과 독자들에게까지 뻗어나가며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요즘 우리가 흔히 접하는 디지털로 작업한 그림이 아니라 아크릴 물감으로 종이에 직접 그린 그림이라는 것이다. 붓 끝에서 표현된 생생하고 강렬한 그림들이 현실적 배경과 인물들의 감정선을 더욱 부각시켜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구구절절한 대사 없이도 매끄럽게 전개되는 서사, 강한 호소력과 세밀한 표현력을 갖춘 이 그래픽노블은, 독자로 하여금 누군가의 삶과 더불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Contents
김지현
강은영
이지은
작가의 말
Author
최다혜
5년간 시간 강사로 일했고 10년 넘게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자기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로 나를 포함한 사람들, 일상, 익숙한 것들에서 영감을 얻고, 우리가 경험하는 보편적인 상황이나 심리를 다루는 작업을 추구한다.
5년간 시간 강사로 일했고 10년 넘게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자기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로 나를 포함한 사람들, 일상, 익숙한 것들에서 영감을 얻고, 우리가 경험하는 보편적인 상황이나 심리를 다루는 작업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