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구로디지털단지, 중국인 밀집 지역…
24년 토박이도 몰랐던 ‘진짜’ 구로의 위대한 유산
오해와 편견을 넘어 경이와 매혹으로 가득한 아주 사적인 구로 견문록
구로동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수십 년의 역사 속에서 구로공단, 디지털 단지, 중국인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뽑아 든다. 이 열쇠 말 속에 초기 산업화에서부터 고도 정보화 사회까지 달려온 한국 사회의 숨 가쁜 질주가, 저임금 노동의 공급국에서 수입국으로의 드라마틱한 변신이 집약되어 있다. 구로동은 한국 현대사의 비밀이다. _조형근(사회학자)
24년 구로 토박이인 저자는 자기 동네에 대한 외지 사람들의 인식이 세대별로 다르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그의 부모 세대는 구로동을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구로공단의 이미지로 기억했다. 그러다 보니 저자는 종종 낡고 가난한 동네에 산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선배 세대인 1980년 전후 출생자들은 구로동을 첨단 IT 산업과 혁신 벤처 기업이 즐비한 구로디지털단지로 인식했다. 그래서 활기차고 세련된 신도시를 기대한다. 저자와 동년배인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구로동은 중국인과 재한 중국 동포(조선족)가 많이 사는 지역으로 통한다. 덕분에 치안이 허술한 우범 지대라는 편견이 생겼다. 분명 1960~1970년대의 구로는 도시의 변방, 인권의 사각지대인 동시에 수출 경제의 중심, 노동과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이었다. 지금은 IT와 벤처 산업의 교두보이자 세계화와 다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과연 구로동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로컬 문화의 가치를 기록해 온 저자에게 구로동은 삶터이자 배움터, 놀이터이자 일터였다. 그곳은 언제나 ‘공단, 디지털 단지, 중국인’으로 정의되는 모습 그 이상을 보여 주었다. 동네를 누비고 살피고 맛보고 즐길수록 생경한 매력들을 발견했고 때로 노동, 인권, 차별, 다문화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맞닥뜨리기도 했다. 구로구청 앞을 지나면서 1987년의 부정 선거 논란과 민주화의 열망을, ‘수출의 다리’를 건너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재봉틀을 돌렸던 여공들의 애환을 생각했다. 구디(구로디지털단지)와 가디(가산디지털단지)에 밀집한 정형외과를 바라보며 IT 노동자와 청년 세대의 ‘웃픈’ 현실을 곱씹는가 하면, 구로 콜센터발(發)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통해 건강권을 고민하고, 마라탕을 먹으면서 이주민과의 행복한 연대를 꿈꾸었다.
이렇게 동네 구석구석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을 때마다 저자는 한 편 한 편 글을 써서 남겼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구로동의 새로운 매력과 가능성, 불편하지만 외면해서는 안 될 고민과 물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쓴 글들을 다듬어 한 권으로 엮었다. 이 책은 구로동을 향한 저자의 순애보가 담긴 일종의 견문록이다. 독자들은 때로 냉철한 시선으로, 때로 따뜻한 공감과 연민의 시선으로 그려 낸 구로동을 탐방하면서 한국 사회의 내일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Contents
들어가는 말: 나는 내일 어제의 구로를 만난다
1부 24년 토박이의 구로를 잘 안다는 착각
하마터면 디지털동이 될 뻔한 사연
당신의 동네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입니까
10년이면 강산도, 영화제도 변한다
신도림을 녹색으로 물들인 성 패트릭 씨
구치소가 떠난 자리에서 마천루를 만나다
구로구청이 기억하는 1987년의 그날
2부 공단과 구디에서 일하고 살아가고
미싱(mishin)과 미싱(missing)의 시대
재봉틀과 키보드의 도시
6411, 길을 만든 건 언제나 노동자였다
그 많던 순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코로나 시대의 콜센터에서 살아남기
메이드 인 구로공단과 변방의 문제들
3부 회색 도시를 넘어 모자이크 도시로
마라탕, 고향의 맛 유행의 맛
중국에 가지 않아도 본토 요리를 즐기는 방법
Blood Sibling, 피를 나눈 것처럼 연대하기
K-콘텐츠가 주입하는 일그러진 구로동
차별과 혐오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리세요
나가는 말: 지금, 여기, 구로동
Author
박진서
구로동에서 태어나 24년째 살고 있다.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며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젝트에 기획자로 참여했다. 지역을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속에서 다양성을 발견해 기록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또 누구보다 단단한 ‘읽고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지면을 탐색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저자는 삶터면서 일터, 놀이터였던 구로가 항상 궁금했다. 이 지역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가진 사람은 동네 안팎에 많았다. 자신도 잘 모르거나 엉뚱하게 알고 있는 것투성이였다. 1960~1970년대의 구로는 도시의 변방, 인권의 사각지대인 동시에 수출 경제의 중심, 노동과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이었다. 21세기의 구로는 IT와 벤처 산업의 교두보이자 세계화와 다문화의 교차로가 되었다. 과연 구로의 본모습은 어떠한가? 우리에게 남겨 준, 그리고 남겨 줄 유산은 무엇일까?
동네를 누비고 살피고 맛보고 즐길수록 생경한 매혹에 빠져들었다. 때로 노동, 인권, 차별, 다문화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글을 써서 남겼고, 구로의 새로운 매력과 가능성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책은 그동안 쓴 글들을 다듬어 엮은 것으로, 구로를 향한 저자의 순애보가 담긴 견문록이다.
구로동에서 태어나 24년째 살고 있다.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며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젝트에 기획자로 참여했다. 지역을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속에서 다양성을 발견해 기록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또 누구보다 단단한 ‘읽고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지면을 탐색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저자는 삶터면서 일터, 놀이터였던 구로가 항상 궁금했다. 이 지역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가진 사람은 동네 안팎에 많았다. 자신도 잘 모르거나 엉뚱하게 알고 있는 것투성이였다. 1960~1970년대의 구로는 도시의 변방, 인권의 사각지대인 동시에 수출 경제의 중심, 노동과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이었다. 21세기의 구로는 IT와 벤처 산업의 교두보이자 세계화와 다문화의 교차로가 되었다. 과연 구로의 본모습은 어떠한가? 우리에게 남겨 준, 그리고 남겨 줄 유산은 무엇일까?
동네를 누비고 살피고 맛보고 즐길수록 생경한 매혹에 빠져들었다. 때로 노동, 인권, 차별, 다문화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글을 써서 남겼고, 구로의 새로운 매력과 가능성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책은 그동안 쓴 글들을 다듬어 엮은 것으로, 구로를 향한 저자의 순애보가 담긴 견문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