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이자 저서 『아무튼, 비건』으로 한국 독서시장에 비거니즘 물결을 일으킨 작가 김한민이 생태·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첫 칼럼집 『탈인간 선언』을 선보인다. “세계의 절망을 목격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냉소와 포기만이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시인 김선오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는 이 절멸의 시대를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약 3년간 〈한겨레〉에 연재했던 칼럼 ‘탈인간’을 바탕으로 못다한 이야기를 새로 덧붙이면서 이 책을 엮었다.
폭염, 수몰, 이상 기후, 빙하 유실, 산불…. 기후위기는 이제 모두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실재하는 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변화에 둔감하다. 식당에 다회용 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하거나 텀블러를 챙겨 외출하는 이에게 ‘그런다고 뭐 얼마나 달라지느냐’ 쉽게 냉소하고, 비거니즘이나 기후정의행동에 동참하는 선택지는 ‘어차피 내가 죽을 때까지 지구는 망하지 않으니까’ 하며 슬쩍 포기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에도 ‘오염되기 전에 얼른 회 많이 먹어두자’ 식의 농담만이 오간다. 환경 관련 정책과 사회적 논의는 개발·성장의 가치에 쉽게 밀려 무너진다. 인류세마저 종말을 앞둔 이 시점에, 세계의 절망을 ‘목격하고만’ 있기란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이어 김선오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탈인간 선언』은 그런 냉소를 냉소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음을 알려준다”고. 이 책은 생태·기후위기를 초래한 인간중심주의적 가치와 관습으로부터 과감히 탈피해, 절멸 대신 공생으로 나아갈 것을 호소한다. 1부 ‘기후위기, 인류세의 끝에서’에서는 생태·기후위기의 실상을 진단하고, 2부 ‘탈인간중심주의’에서 생태적 파국을 불러온 인간적 가치와 관습들을 비판한다. 마지막 3부 ‘환상, 그 너머로’에서 탈인간중심주의와 교차주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포기와 낙담 대신 책임과 변화를 택하는 힘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그간 기후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인간 편리의 관점 혹은 윤리적 차원에서 말해졌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과 첨예한 문장으로, ‘인간’의 영역을 기꺼이 허물고 종을 초월한 연결에 대해 말한다는 점에서 생태·기후위기에 대한 관점을 확장시키고 기존의 담론을 넘어선다.
이제 인간은 기록적 가뭄이나 폭우,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을 겪어도 하늘이 아니라 스스로를 원망해야 할 판이다. 불가항력으로 여겼던 자연재해에 대해 인간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건 실로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한다. (중략) 유독 호모 사피엔스가 추구해온 삶의 양식만 생태적 파국을 불러왔다. 인간중심주의를 어떻게 해보지 않고서 이 수렁에서 빠져나가긴 불가능해 보인다.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탈인간’이 등장한다._들어가며 중에서, 8~9쪽
Contents
들어가며: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1부. 기후위기, 인류세의 끝에서
골든타임을 놓쳐본 나라
참 좋겠구나, 안 급해서
위드 기후변화
기후 보기를 코로나같이
육식을 즐기는 지식인을 의심하라
어두움이 있는 삶
고래고기 누가 원하나
그리고 아무 상쇄도 없었다
숲 전쟁 근미래사
도시어부에 반대한다
기후 수치(climate shame)
스위스 안락사 클럽
2부. 탈인간중심주의
안티 자뻑
소는 (진짜로) 억울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놓고
무증상-자본주의
악의 근면성
성장의 카르텔
우리에겐 꿀잠이 필요하다
극단적 상식, 상식적 극단
흩어지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23년은 멧돼지의 해
인공지능이 가장 쉬웠어요
코로나 키드의 생애
3부. 환상, 그 너머로
모두의 전공필수, 교차성
환상하고 자빠지자
영향은 선택이다
가짜 ‘그린’도 처벌한다면
나눔의 미학(10-1=13)
그레타 툰베리가 거슬리는 당신께
아낌없이 죽는 바다
공해상 어업금지론
미개를 향한 의지
그래도 도울 수 있을까
바위로 계란 치기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벌레에 힘입어
Author
김한민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기후/생태 이슈를 다루는 창작집단 ‘이동시’의 일원이고,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소(ISCTE)에서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페루에 파견되어 학생들을 가르쳤고, 독일에서 작가 활동을 하다가 귀국해 계간지 [엔분의 일(1/n)]편집장으로 일했다. 포르투갈 포르투 대학교에서 페르난두 페소아의 문학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했고,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원(ISCTE) 박사과정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산문집 『페소아와 페소아들』, 시선집 『시가집』을 엮고 옮겼으며, 페소아와 그의 문학, 그리고 그가 살았던 리스본에 관한 책 『페소아: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을 썼다. 『유리피데스에게』, 『혜성을 닮은 방』, 『공간의 요정』, 『그림 여행을 권함』, 『책섬』, 『카페 림보』, 『비수기의 전문가들』, 『사뿐사뿐 따삐르』, 『웅고와 분홍돌고래』 등의 책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기후/생태 이슈를 다루는 창작집단 ‘이동시’의 일원이고,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소(ISCTE)에서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페루에 파견되어 학생들을 가르쳤고, 독일에서 작가 활동을 하다가 귀국해 계간지 [엔분의 일(1/n)]편집장으로 일했다. 포르투갈 포르투 대학교에서 페르난두 페소아의 문학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했고,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원(ISCTE) 박사과정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산문집 『페소아와 페소아들』, 시선집 『시가집』을 엮고 옮겼으며, 페소아와 그의 문학, 그리고 그가 살았던 리스본에 관한 책 『페소아: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을 썼다. 『유리피데스에게』, 『혜성을 닮은 방』, 『공간의 요정』, 『그림 여행을 권함』, 『책섬』, 『카페 림보』, 『비수기의 전문가들』, 『사뿐사뿐 따삐르』, 『웅고와 분홍돌고래』 등의 책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