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내게 무엇인가. 불안한 노동시장과 경기 침체로 자발적 퇴사·사이드 잡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각자도생의 시대, 때로 일은 그저 돈 버는 수단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은 늘 그 이상이다. 수면 리듬이 출근 시간에 맞춰지고, 일할 때의 자세 때문에 퇴근 후에도 몸이 뻐근하다. 업무 용어는 입버릇처럼 혀끝에 맴돌고, 인간관계나 관심사도 일터에 맞게 바뀐다. 좋든 싫든, 일은 내게 들러붙어 있다. 어느덧 나는 조금씩 나의 일로부터 빚어진 것이다. 그렇게 수십 년간 일을 몸에 붙여온 이들이 있다. 한자리에 붙박여 같은 일을 해온 숙련자들을 우리는 ‘베테랑’이라 부른다. 이들이 베테랑이 되기까지 일을 반복하며 갈고닦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몸은 인내하며 버틴 시간과 “일의 기억을 새기는 성실한 기록자”(12쪽)가 된다.
《베테랑의 몸》은 스스로 단련하는 시간 동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체화된 기술과 일이 빚어낸 베테랑의 ‘몸’들을 드러내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사회문제에 맞서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꾸준히 포착해온 기록노동자 희정은, 서로 다른 성별·연령·분야의 베테랑 12인을 만나 인터뷰하며 몸-일-일터-사회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풀어낸다. 저자는 뾰족한 문제의식과 세밀하고도 담담한 문장으로 질병·체형·자세·표정 등 몸의 변형은 물론, 어투·걸음걸이 등의 습관과 일의 태도까지 독자에게 꺼내어 보인다. 여기에 온빛사진상(사회의 생활상과 사건을 충실히 드러내는 다큐멘터리 사진 상)을 두 차례 수상한 사진작가 최형락이 고유한 시선으로 열두 베테랑의 모습을 담아내며, 일하는 몸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재현한다. 직업적 특징과 성격적 면모, 생의 굴곡에 따라 저마다 달리 다듬어진 베테랑의 몸들은 텍스트와 사진 이미지를 통해 더욱 풍부한 맥락 속에서 독자에게 다가간다.
Contents
1부. 균형 잡는 몸
세공사 김세모
“저희는 손 떨면 안 되거든요”
인터뷰 후기: 그는 어떤 속도로 일을 해왔나
어부 박명순·염순애
“몸에 배 가지고 괜찮아요”
인터뷰 후기: 가판 위에서 마음이 복잡했던 것은
2부. 관계 맺는 몸
조산사 김수진
“산모가 출산의 주체가 되도록 이끌죠”
인터뷰 후기: 생명과 존중에 대하여
안마사 최금숙
“내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는구나”
인터뷰 후기: 손상된 몸과 어떤 환상들
마필관리사 성상현
“말을 타려면 가벼워야 해요”
인터뷰 후기: 수단과 관계, 그 사이
세신사 조윤주
“손바닥으로 기운이 전해지잖아요”
인터뷰 후기: 목욕탕이라는 공간
3부. 말하는 몸
수어통역사 장진석
“표정만으로 다른 말이 되는 거죠”
인터뷰 후기: 그 편리와 효율은 누가 정한 걸까
일러스트레이터·전시기획자 전포롱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인터뷰 후기: “너 좋아하는 일 하잖아”라는 말 뒤에
배우 황은후
“연기하는 대상과 만나기 좋은 터가 되도록”
인터뷰 후기: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이야기
식자공 권용국
“아무거나 줘도 다 합니다”
인터뷰 후기: 그는 존재하고 있다
Author
희정,최형락
기록노동자. 수없이 많아 어느새 보잘 것 없어진 억울함들이 아직도 아프다.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한다.
쓴 책으로는 직업병에 시달리는 삼성반도체 노동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사람이 일하다 죽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기록한 『노동자, 쓰러지다』, 이정미 노동열사 평전 『아름다운 한 생이다』를 썼다. 함께 쓴 책으로는 『밀양을 살다』, 『섬과 섬을 잇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 『재난을 묻다』가 있다.
기록노동자. 수없이 많아 어느새 보잘 것 없어진 억울함들이 아직도 아프다.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한다.
쓴 책으로는 직업병에 시달리는 삼성반도체 노동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사람이 일하다 죽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기록한 『노동자, 쓰러지다』, 이정미 노동열사 평전 『아름다운 한 생이다』를 썼다. 함께 쓴 책으로는 『밀양을 살다』, 『섬과 섬을 잇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 『재난을 묻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