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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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3/09/26
Pages/Weight/Size 115*188*30mm
ISBN 9791160263251
Categories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Description
나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견딜 수 없을 ‘미궁’에 관한 소설들


‘소설, 잇다’의 세 번째 책 『백룸』이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소설, 잇다’ 시리즈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백룸』에서는 이선희와 천희란의 소설을 함께 실었다. 도시적 감수성의 모더니스트로 평가받은 이선희는 식민지 조선을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섬세한 심리 묘사와 감각적 문체를 통해 그려내며 1930년대 대표 여성 작가로 활발히 활동했으나, 월북한 이력으로 인해 우리 문학사에서 충분히 읽히거나 기록되지 못했다.

삶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을 정교한 서사로 그려온 작가 천희란은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다. 외부 세계로부터 야기된 분열과 혼돈 속에서도 잃지 않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또 그러한 정체성을 규정하는 틀은 무엇인지 탐색해온 천희란과, 자신을 둘러싼 억압과 착취의 정체를 캐묻고 욕망에 대한 자각을 놓지 않았던 이선희의 모습은 서로 닮아 있다. 그들의 소설에는 계속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여성들이, 좌절과 파멸과 때론 죽음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스스로 걸어들어 가 ‘지옥’을 맞닥뜨리는 담대함과 용기가 가로놓여 있다.

이 책에 실린 이선희의 대표 단편 「계산서」(1937)와 전문(全文)을 실어 선보이는 장편 「여인 명령」(1937~1938)은 가정과 가정 ‘바깥’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로, 여성의 자아 확립과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설 속 여성들은 궁지에 내몰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목숨 값을 당당히 ‘청구’하거나(「계산서」), 연인 사이였던 남자에게 자신의 아들을 입적할 것을 ‘명령’한다(「여인 명령」). 특히 「여인 명령」에서 대학생, 백화점 점원, 술집 여급 등으로 주인공의 지위가 변화와 몰락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근대화의 산물인 자유연애의 허상과 결혼제도가 지닌 불합리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천희란은 소설 「백룸」을 통해 이선희 작품에 나타난 주제를 새롭게 조명하는 동시에 지금도 여전히 여성을 옭아매는 ‘틀’이자 무한히 반복, 재생산되는 ‘미궁’을 펼쳐 보인다. 세계는 일상적 규범성이라는 이름 아래, 엄연히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며 특정 존재를 지우는 행위를 반복한다. 천희란은 바로 그 규범성을 문제시하며, 탈출 불가능한 미궁과도 같은 현실에 처하고도 우리로 하여금 출구를 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 묻는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혹은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견딜 수 없을 ‘미궁’을 그려나가는 천희란에게 이선희 작가는, “‘지속된 한계’를 벗어던지기 위해 새로운 지옥을 찾아 나선 여성”이었으며, 소설을 쓰는 내내 “그저 그 지옥을 함께 걷고자 했다”는 말로 이번 작업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Contents
이선희

소설
「계산서」
「여인 명령」

천희란

소설
「백룸」
에세이
「우리는 이다음의 지옥도 찾아내고 말 테니까」

해설
백룸: 알고 있지만 보이지 않고 그러므로 믿어야만 걸어나갈 수 있는 곳에 대하여_선우은실(문학평론가)
Author
이선희,천희란
1911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성장기 대부분을 원산에서 보냈다. 십 대 후반에 서울로 상경하여 이화여자전문학교 문과에서 3년 동안 수학했다. 잡지 『개벽』 『신여성』 『신세기』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조선일보』 학예사 기자로도 활동했다. 1934년 『개벽』사에서 기자로 1년간 근무하면서 쓴 단편 「불야여인-가등」을 『중앙』 12월호에 발표하며 등단한 뒤, 1936년 『신가정』 6월호에 「오후 11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단 생활을 시작하였다. 단편 「계산서」, 중편 「처의 설계」, 장편 「여인 명령」 등 열네 편의 소설과 두 편의 콩트, 사십여 편의 수필과 평론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해방 이후 1946년 극작가인 남편 박영호를 따라 월북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1911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성장기 대부분을 원산에서 보냈다. 십 대 후반에 서울로 상경하여 이화여자전문학교 문과에서 3년 동안 수학했다. 잡지 『개벽』 『신여성』 『신세기』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조선일보』 학예사 기자로도 활동했다. 1934년 『개벽』사에서 기자로 1년간 근무하면서 쓴 단편 「불야여인-가등」을 『중앙』 12월호에 발표하며 등단한 뒤, 1936년 『신가정』 6월호에 「오후 11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단 생활을 시작하였다. 단편 「계산서」, 중편 「처의 설계」, 장편 「여인 명령」 등 열네 편의 소설과 두 편의 콩트, 사십여 편의 수필과 평론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해방 이후 1946년 극작가인 남편 박영호를 따라 월북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