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부실 보험회사 정리제도 개선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이론적,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보험업에 대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 17이 도입되고 새로운 자본건전성 제도인 K-ICS가 시행되면,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숨겨진 위험요인들이 표면화되면서 건전성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험회사가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로 부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보험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유사시 보험회사가 무너지면 이를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부실 보험회사 정리방식은 정부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었다. 과거 보험회사들이 무너졌을 때 우리나라는 주로 ‘전부 계약이전’ 방식을 사용하였다. 무너진 보험회사의 계약을 인수 보험회사가 계약변경 없이 그대로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인수 보험회사가 입는 손실은 정부가 구제금융 등으로 지원하였다. 이와 같이 정부의존적인 정리제도는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고 재정에도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보험소비자는 보험계약에 가입할 때 보험회사의 건전성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따라서 보험회사도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부실확률과 부실규모가 커져서 정부의 재정부담도 늘어난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에서도 전 세계 각국의 보험회사들은 해당국 정부에 크게 의존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보험회사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보호의 강도가 약화되면서 보험회사의 건전성도 약화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향후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거나,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않았거나, 국가경제나 재정의 규모에 비해 보험권의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보험산업의 정부의존도가 더욱 크므로 기존의 정리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보험계약자에게 일부 손실을 분담시키는 형태의 새로운 정리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보험소비자는 보험계약에 가입할 때 보험회사의 건전성을 중요 요소로 고려할 것이므로 보험회사들의 건전성 개선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보험회사가 무너질 때 보험계약자가 손실을 분담해야 할 경우 다수의 계약자들이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현상, 즉 인슈어런스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수의 보험계약자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이탈함으로써 부실 보험회사의 정상화나 이를 인수한 인수 보험회사의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안전한 저위험 보험계약자들이 더 많이 이탈하여 문제가 심화될 수도 있다.
본 연구의 이론적, 실증적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러한 우려요인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손실분담을 요구하더라도 계약의 연속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보험계약은 근본적으로 장기계약이다. 미래의 보험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부터 보험료를 납부한다. 특히 노년층이 되었을 때 질병이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젊을 때부터 보험료를 납부한다. 이론분석 결과, 젊을 때는 사고위험에 비해 높은 보험료를 내고 나이가 들면 사고위험에 비해 낮은 보험료를 내는 것이 사회후생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가 손실분담 조치에도 불구하고 크게 변경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보험회사가 도산했을 때 수익성이 낮은 노년층의 보험계약을 해지시키는 방향의 손실분담 조치는 이러한 측면에서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계약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손실을 분담시키기 위해서는 부실 보험회사의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보다는 계약을 유지하되 보험료를 할증하거나 보험금을 낮추는 등 조건을 일부 변경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손실분담비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 이론분석 결과, 손실분담비율을 높이면 보험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로부터 더 많은 보험료 수입을 얻을 수 있으나(또는 보험금 지급비용을 줄일 수 있으나) 일부 소비자의 이탈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상충효과를 고려하여 적정 수준의 손실분담비율이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손실분담비율을 최대 10% 정도로 설정할 경우 인슈어런스런에 대한 우려는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다수의 보험소비자들은 10% 정도의 손실분담이 요구될 경우 이를 예상했던 것보다 관대한 조치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러한 수준의 손실분담이 요구되면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이탈하겠다고 응답한 보험소비자는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Contents
발간사
요 약
제1장 서론
제2장 문제제기
제1절 IFRS 17과 K-ICS의 도입에 따른 보험건전성 약화 전망
제2절 기존의 부실 보험회사 정리정책의 문제점
제3절 본 연구의 분석 방향
제3장 암묵적 보증: 재정건전성이 약화되면 보험건전성이 약화되는가?
제1절 가설 도출
제2절 자 료
제3절 실증분석
제4절 소 결
제5절 (보론) 보험회사에 대한 암묵적 보증이 보험계약자에 대한 암묵적 보증의미하는가?
제4장 장기보험계약과 고착현상
제1절 모형경제
제2절 단기보험 균형
제3절 장기보험 균형
제4절 장기보험 균형: 보험계약자의 이탈유인을 고려할 경우
제5절 손실분담형 정리정책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
제5장 손실분담형 정리정책과 인슈어런스런
제1절 기본모형
제2절 보험사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최적 보험계약 도출
제3절 보험회사의 부실우려를 고려한 보험계약자들의 보험계약 취소 행태와보험회사의 수익성 분석
제4절 보험계약조건의 변경이 보험사의 기대이익에 미치는 영향
제5절 손실분담형 정리정책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
제6장 예금보험제도와 구제금융에 대한 보험소비자 인식조사
제1절 자 료
제2절 예금보험제도 인지도
제3절 유사시 정부지원 예상 및 손실분담 의향
제4절 손실분담형 정리정책과 예금보험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
제5절 한계 및 추가적인 고려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