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피히테가 학문적 양심을 저버리고 권력과 자본에 결탁한 학자들에게 던지는 따끔한 일침
-세상사에 아무리 학문이 휩쓸린다 해도 학문은 학문다워야 하고 학자는 학자다워야 한다
대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기업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학자가 있다. 그의 보고서는 해당 기업의 제품을 사용했다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법적 대응을 반박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또 다른 일군의 학자들은 권력의 주변 인물과 결탁하여 부정입학과 부당한 학사관리를 지시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부끄럽게 만든 일부 학자들의 모습이다. 이들이 일반적인 학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우러르는 명문 대학의 총장이며 학장, 저명한 교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은 학자에게 주어진 학문과 권위, 지위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사용했다. 이처럼 학자들이 권력과 자본에 무기력하게 굴복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본 어느 교수는 ‘앞으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묻는다. 도덕이 힘을 잃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일이 드문 사회에서 무엇을 가지고 학생들 앞에 설 것인지 고민한다. 또 학자로서의 양심이 무너진 스승에게 제자들이 무엇을 배울지 우려한다. 직업으로서의 학문과 다른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고 스스로 경계하기를 촉구한 것이다.
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 89번째 책으로 소개하는『학자의 본질에 관한 열 차례의 강의』는 피히테가 1805년 독일 에를랑겐 대학에서 진행했던 대중강연을 바탕으로 한 ‘학자의 본질과 자유의 영역에서 그것이 드러난 모습에 관하여’라는 강의록을 최초로 완역한 것이다. 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가 출범할 당시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던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의 후속편이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만큼이나 혼란스러웠던 세기 전환기의 독일에서 피히테는 당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바른 학문과 학자의 상을 탐구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리와 자유를 학문의 본질로 보았고 이것을 인간의 본질적 가치로 규정한다. 그리고 학문 연구를 소명으로 삼은 학자는 어떤 사명과 이념을 가지고 학문에 임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자세여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사업을 수주하고 연구비를 끌어와야 하는 오늘날 대학의 모습에서, 순수 학문의 중요성과 학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피히테의 입장은 시대착오적이고 고답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사람이 사람다워야 함이 당연하듯, 학문은 학문다워야 하고 학자는 학자다워야 한다고 웅변한다.
Contents
서문
첫 번째 강의 : 전체의 계획
두 번째 강의 : 신적 이념이라는 개념의 상세한 규정
세 번째 강의 : 초보 학자 일반에 대하여. 특히 재능과 노력에 대하여
네 번째 강의 : 연구의 성실성에 관해
다섯 번째 강의 : 연구자의 성실성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여섯 번째 강의 : 학문의 자유에 대하여
일곱 번째 강의 : 보편적으로 완성된 학자에 대하여
여덟 번째 강의 : 통치자에 대하여
아홉 번째 강의 : 구술하는 학자-교수자에 대하여
열 번째 강의 : 저술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