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또 다른 선택지로서 귀농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선 도시와 직장에서 제 소임과 유효기간을 다하고 슬슬 물러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만 700만이 넘는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새로운 생계수단을 찾아, 또는 은퇴 후의 넉넉한 전원생활을 찾아 시골마을을 기웃거린다. 거기에 아직 생업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나 팍팍한 도시생활에 지치고 신물이 난 중장년 세대도 농·산·어촌 생활의 청사진을 조심스레 펼쳐서 본다. TV 등의 대중매체가 흘려보내는 밝고 여유로운 화면과 기사들을 보면, 그리 살아도 되겠다는 희망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서 시골마을에 내려가 보거나, 선배 귀농인들로부터 실상을 들어보면 이런 희망은 곧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바뀐다. 농촌마을은 어린아이 목소리 한번 들어보기 힘든 노인들만의 농장으로 변해 있고, 최소한의 교육, 문화생활은 언감생심이요, 먹고살 생존의 기반마저 보장받을 수가 없다. 산야의 빛깔은 푸를지언정, 그야말로 쇠락하고 황폐한, 인적 드문 사막의 풍경이다. 오직 자연인으로 살면 족하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생활환경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무리 굳은 각오를 한 귀농자라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되돌아가는 짐을 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귀농총서] 57번째 책인 『귀농의 대전환』은 그동안의 귀농 실태와 국가(지자체 포함)정책 전반을 검토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간 ‘귀농(歸農)’에 대한 개념이 편협한 사전적 의미의 고정관념으로 이해되어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는지, 희망사항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놓이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제대로 되짚어보고자 한다.
Contents
들어가는 글
I부 마을로 내려가는 길
하나. 마을로 내려갈 준비
도시의 삶 정리하기
내려갈 지역 정하기
들어갈 마을 찾기
살아갈 땅 고르기
살 집 마련하기
먹고살 일 구하기
둘. 마을에 들어갈 계획
자아를 구현할 인생구상
가계를 경영할 생업계획
여가를 소일할 생활설계
심신을 휴양할 주거디자인
마을을 먹여 살릴 사업계획
지역을 재생할 공동체 전망
2부 마을에서 살아가는 법
셋. 마을에서 먹고사는 생활기술
마을기업을 꾸리는 사업기술
마을시민으로 농사짓는 농업기술
내 손으로 집을 짓는 건축기술
글 짓고 책 만드는 생활기술
생활의 질을 높이는 문화기술
지역사회를 바꾸는 운동기술
넷. 마을을 먹여 살리는 정책 제안
생활기술을 배우는 학교
유휴자산을 공유하는 은행
지역사회가 함께 먹고사는 조합
마을경제를 지원하는 플랫폼
농민의 삶을 지키는 기본소득
농부의 나라로 이끄는 농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