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벌턴(Subaltern)’은 안토니오 그람시가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을 대신해서 썼던 용어로, 1980년대 초 인도의 역사학자 라나지트 구하(Ranajit Guha)를 비롯한 일군의 역사학자들이 모여 기존의 식민주의적,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왔던 인도의 역사 해석을 비판하고, 그동안 역사의 주체가 되지 못했던 인도 인민의 입장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들을 ‘서벌턴’이라 지칭하며 연구를 시작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한일 양국의 서벌턴 문제는 역사적 사건을 공유하며 정치ㆍ경제적으로 복잡한 관계망 속에 초국가적으로 얽혀있다. 서벌턴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사회 체제의 최하층과 말단 주변부에 존재해왔으며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이에 한일의 역사적, 문화적 특수 관계 속에서 핵심 관련자인 일본의 서벌턴 문제에 천착하여 창출한 연구성과를 엮은 본서가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의 서벌턴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ontents
제1장 일본 고전으로 본 男色과 지고(稚兒)의 고찰
- 서벌턴의 관점에서
제2장 전근대 일본 사회의 ‘장해자’ 인식에 관한 고찰
- 서벌턴으로서의 ‘장해자’의 표상과 ‘극복’ ‘승화’를 중심으로
제3장 일본 근세의 피차별인과 예능인의 구제
제4장 ‘가쿠레키리시탄’ 신앙의 혼종성
- 이키쓰키시마(生月島)를 중심으로
제5장 영화 「진흙강」과 오사카 하층민
- 전쟁의 상흔과 흔들리는 삶
제6장 오모토교와 천황제, 유일신의 쟁투
- 근대 일본 종교문화·정치문화의 일체화, 그리고 정통과 이단
제7장 제도(制度)가 지닌 문화권력과 서벌턴
- 일본 개호보험제도를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