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인 ‘디아스포라의 위도’란 재일 시인 김시종이 그토록 ‘숙명적’으로 넘고자 했으나 동시에 ‘불길함’을 감지하기도 했던 ‘일본 안의 38선’을 말한다.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 ‘일본 안의 38선’이라는 표현은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1945년 8월 미국과 소련이 ‘조국’을 남북으로 분할하기 위해 선택한 좌표축이자, 재일 사회 내부의 셀 수 없는 대립과 연합을 낳은 사상적 경계였으며, 한편으론 1959년 현실화된 ‘귀국’의 출발지를 지리적으로 관통하는 선이기도 했다. 남북한 사이의 이동을 가로막은 위도가 누군가에게는 그동안 불가능했던 ‘조국’으로의 월경을 가능하게 해준 입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불길한’ 사상적 억압이기도 했음을 김시종은 증언한다. 현재는 ‘귀국’ 사업 이면의 국가적 모의가 밝혀지는 한편, 귀국자 출신의 북한 이탈주민이나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잔류자나 일본인 아내 등 여전히 불가시적인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가 들려온다. 또한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에 대한 대한민국 국가기관의 입국 통제 사실에서도 드러나듯이, 실로 디아스포라의 위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의 신체 위에 교차하고 있다. 다시금 위도의 ‘숙명’과 ‘불길함’을 동시에 간파한 재일 작가들의 상상과 실천을 돌아보고, 그 재현의 임계를 직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Contents
책머리에 3
프롤로그_ 자기민족지적 글쓰기로서의 재일조선인 문학 17
1. 탈식민ㆍ냉전 시대의 자기민족지 17
2. 재일조선인 문학 연구의 조건과 남북일 냉전 구조 32
3. ‘다민족ㆍ다언어’ 사회에서 글쓰기와 ‘월경’의 역설 49
1부 ‘이언어二言語’와 ‘귀환 불가’라는 조건 속에서
들어가며 63
제1장 이언어 상황과 탈식민적 글쓰기 65
1. 민족어 회복의 양면성 65
2. 김두용의 이언어적 비전과 한계 72
3. 이은직의 조선어 창작과 ‘1948’ 88
4. 문답의 장치-나/너는 왜 일본어로 쓰는가 101
1) 이은직의 ‘고백’의 정치 101
2) 김석범의 ‘전달 가능성’ 117
제2장 냉전/열전의 동시대성-김달수의 ‘조국’과 ‘전쟁’ 130
1. 매개된 ‘조국’-텍스트 속의 편지, 뉴스, 밀항자 130
2. ‘두 전쟁’의 연속성 143
1) 상영되는 ‘조국’의 전장 143
2) 한국전쟁의 지리적 연장 152
3) 한국전쟁의 시간성과 민족적 균열 157
제4장 ‘귀국’ 지향 속의 ‘재일’-‘우키시마마루 사건’의 기억 정치 218
1. 마이즈루舞鶴의 국가적 기억과 새로운 역사의 가능성 218
2. ‘귀국’과 ‘생활’의 간극-김민의 장편 기획과 『문학예술』 230
3. 불길한 ‘귀국’과 이중의 ‘핍색逼塞’-김시종의 『장편시집 니이가타』 244
제5장 ‘조국’으로부터의 문화통합-남북한 출판에서의 개작과 번역 261
1. ‘분단 조국’으로 월경하는 재일 텍스트 261
2. ‘공민’의 문법-‘귀국’에 앞선 재일 문학의 북한 수용 263
3. ‘공민문학’으로의 개작 275
1) ‘남조선 혁명가’라는 전형 275
2) 개작의 남북일 냉전 구조 285
4. 해방기 역사의 복원-‘해금’ 전후 재일 문학의 남한 수용 299
1) 월북 작가 해금 조치와 선별된 재일 문학 299
2) ‘비당파성’ 비판 이면의 주체/타자 논리 311
5. 민족문학론의 역류-『민도』의 반응 318
제6장 디아스포라의 교착交錯과 ‘연대’의 임계 331
1. 『한양』을 재단한 냉전의 연장선 331
2. 좌담 속의 한일관계와 월경 340
1) 새로운 월경자들 340
2) 김소운의 귀국 전후 350
3. 재일론에서 통일론으로 356
4. 디아스포라 연대의 교착와 균열 364
1) ‘일한연대운동’과의 접속 364
2) 망명자의 글쓰기와 연대의 분화 374
3) 다민족ㆍ다언어 독자를 향하여 386
에필로그_ 위도의 ‘얽힘’과 ‘포개어짐’을 생각하며 393
참고문헌 406
Author
조은애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한문화교류기금 일본초청펠로십으로 도쿄대학에서 연구했으며 현재 동국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재일조선인의 글쓰기를 남북한 및 일본의 역사/문화와 교차시켜 읽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특히 식민주의와 냉전이 만들어 낸 다양한 사건과 이동을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재일성’이 재현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문자언어와 영상언어를 포괄하는 ‘재일 서사’ 안팎의 다양한 결절과 겹침들을 대화라는 관점에서 읽어 나가고자 한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한문화교류기금 일본초청펠로십으로 도쿄대학에서 연구했으며 현재 동국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재일조선인의 글쓰기를 남북한 및 일본의 역사/문화와 교차시켜 읽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특히 식민주의와 냉전이 만들어 낸 다양한 사건과 이동을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재일성’이 재현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문자언어와 영상언어를 포괄하는 ‘재일 서사’ 안팎의 다양한 결절과 겹침들을 대화라는 관점에서 읽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