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여는 1904년 진사가 되었고, 이후 우전부낭중을 지냈으며 고문경학을 숭상하고 금문경학을 비판한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소여의 『춘추번로의증』은 『춘추번로』의 수많은 주석서 중 하나이지만, 공양가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은 가장 객관적인 해설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 사회는 지식 정보화 사회이고, 자율형 인공지능 시대이다. 이런 시점에서 『춘추번로의증』과 같은 고답적이고 복고적으로 보이는 책을 번역해 내는 것은 그 책 속에 담겨 있는 음양.오행 사상의 가치나 천인합일 사상의 이치를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 책 속에 담겨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춘추』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가치 평가를, 다양한 이론적 기반 아래 설명하고 풀이한 『춘추번로의증』은 시대를 넘어 인간 개개인과 인간 사회가 이루어가야 할 바람직한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보화 사회의 공허함과 기계화 사회의 무기력함 속에서 느끼는 육체적.정신적인 방황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본적인 가치를 회의하게 만든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이 책은 현대인들이 잊고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책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