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양도팔도민은시(兩都八道民隱詩)-시로 읊은 18세기 조선 백성의 생활상』은 조선시대 영조의 명을 받고 수령들이 지어 올린 민은시를 수록한 ‘양도팔도민은시’의 원문과 번역, 주석을 수록한 책이다. 『양도팔도민은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유일본으로 전하는 시집으로 춘하동(春夏冬)의 3책으로 이루어졌다. 제목에서 ‘민은(民隱)’은 ‘백성의 숨겨진 고통’을 이르는 말로, 강화부·개성부의 양도(兩都)와 팔도 백성들의 생활상을 노래한 시가 담겨있다. 1764년 각 도의 관찰사와 부와 목, 현의 관장이 차례로 민은시를 지어 올렸고, 이를 모두 수합하여 정서해서 책으로 엮어 이듬해인 1765년에 나왔다.
이때 영조가 친히 지은 서문이 이 책의 첫머리에 실려 있다. 춘책(春冊)에는 영조의 서문과 강화부, 개성부, 경기도, 충청도의 민은시가, 하책(夏冊)에는 강원도와 함경도의 민은시, 동책(冬冊)에는 황해도와 평안도의 민은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 민은시에는 해당 지역의 민풍 토속과 백성들의 삶의 모습이 충실히 담겨져 있는데, 지방마다 시의 주요 소재가 차이를 보인다. 강화도와 경기도, 충청도 지역은 염전, 고기잡이, 누에치기, 밭농사의 과정 등을 주소재로 하며, 강원도는 화전민의 생활과 납세의 폐해 등을 다룬 것이 많다. 이에 비해 함경도와 평안도는 변방 지역의 군사 관련 내용과 함께 채삼(採蔘)의 고역을 노래한 시가 눈에 뜨인다.
이밖에 황해도의 민은시는 부녀자들의 수고로 이루어지는 방직이나 누에치기, 고기잡이의 폐해 등을 노래한 작품도 보인다. 현재 망실된 추책(秋冊)에는 경상도와 전라도 백성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민은시가 수록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 책에 수록된 총 1,038수 작품 중 일부는 개인 문집에 수록되어 전하는 것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이다. 따라서 우리 문학사의 소중한 유산인 동시에 각 지역의 풍속과 백성들의 생활상이 사실적으로 기록되어 조선 후기 지방 생활사 연구에도 참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