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720년 문사(文士) 이기지(李器之, 1690∼1722)가 북경으로 출발하여 다시 한양에 돌아오기까지 약 160일 동안 얻은 견문과 체험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연행록 『일암연기』를 최초로 완역한 것이다. 당시 31세였던 이기지는 진사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한 뒤 문과 준비 중에 있었는데, 아버지 이이명이 조선 18대 왕 숙종의 서거를 청나라에 알리기 위해 고부사의 정사로 연행을 떠나자, 자제군관으로서 아버지를 수행하였다. 이기지는 1721년 연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이듬해에 노론 핵심인물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신임사화로 목숨을 잃는다. 『일암연기』는 한 청년이 죽음 직전에 보낸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생의 한때가 기록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