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나온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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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16/12/15
Pages/Weight/Size 210*280*8mm
ISBN 9791158360337
Categories 유아 > 4-6세
Description
2016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출판 콘텐츠 선정작
“집으로 가는 길, 꽃에서 코끼리가 걸어 나왔다.”
느릿느릿 둘레둘레 걷는 이에게 찾아오는 마법 같은 만남!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처음 보는 꽃이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하얀 수술 한 쌍이 삐죽 나와 있는 주홍 나팔 같은 꽃입니다. 기다란 수술이 꼭 코끼리 상아를 닮았다 싶은데…… 어어, 진짜로 자그마한 코끼리 한 마리가 사뿐사뿐 걸어 나옵니다. 아이가 손바닥을 내밀자 코끼리는 그 위로 톡 떨어집니다. 눈을 깜빡깜빡, 귀를 팔랑팔랑, 코를 살랑살랑 흔드는 걸 보니 살아 있는 진짜 코끼리입니다!
아이에게 이런 멋진 일이 일어난 것은 아마도 ‘처음 보는 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덕분일 테지요. 주위를 둘레둘레 살피며 느릿느릿 걷는 사람은 남들이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을 알아차리고, 좀처럼 마주치지 못하는 것들과 마주치곤 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알아차림’이나 ‘마주침’은 삶에 색을 입히는 보물이 되어 주곤 합니다. 오늘 아이에게 다가온 이 만남처럼 말이지요.
아이는 밤톨만 한 코끼리를 바위 위에 살며시 내려놓고 가만히 바라봅니다. 가슴은 쿵쾅쿵쾅 뛰지만 애써 태연한 척합니다. 이 작은 녀석을 놀라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코끼리도 작고 까만 눈으로 아이를 마주 봅니다. 두 어린 생명이 어떤 경계심도 어떤 셈속도 없이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입니다. 아이가 코끼리에게 홀딱 반해 버린 것도 바로 이 순간이지요.
아이는 이 작고 어여쁜 녀석에게 뭐라도 해 주고 싶어서, 녀석을 조금이라도 더 붙들어 두고 싶어서 조바심을 칩니다. 가방을 뒤져 바람개비도 꺼내 주고, 풀도 뜯어다 주고, 물도 따라 주고, 재미난 물건이 가득한 필통도 구경시켜 줍니다. 코끼리도 잔뜩 재롱을 부립니다. 바람개비를 코로 받쳐 들고 신나게 행진도 하고, 풀도 오물오물 잘 받아먹고, 물도 꼴딱꼴딱 잘 받아 마시고, 필통 안의 물건도 이것저것 건드려 봅니다. 그러다 필통 구석에 픽 쓰러져 잠이 들지요. 겨우 고만큼 놀고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곤히 잠든 코끼리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은 조마조마합니다. 이 멋진 순간이 금세 지나가 버릴까 봐, 이 여린 생명이 금방이라도 스러져 버릴까 봐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이나 흐드러지게 핀 꽃을 바라볼 때처럼 말이지요. 아이는 이 연약하고 아름다운 생명을 온전히 지켜 주고 싶어 합니다. 그것이 제 안의, 그리고 우리 안의 연약하고 아름다운 부분을 지키는 일인 줄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그 연약하고 아름다운 부분이 우리를 사람답게 하는 줄도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Author
황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