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데도 과거의 일을 후회할까? 용서는 어떤 윤리적 힘을 갖는가? 『지나친 지난날』은 이렇게 우리가 지난날 남긴 크고 작은 허물을 둘러싼 물음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애써 지나쳐 버리고 싶었던 과거의 지나친 일들을 돌아보고, 나아가 돌볼 것을 권한다. 지나친 지난날은 우리가 되돌아가서 돌보아야만 비로소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가 ‘시간과 회복의 윤리학’인 이유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기존에 간과되었던 ‘윤리학의 시간성’에 주목한다. 전통적인 윤리학에서는 시간이 윤리학의 주제와 무관하다고 여겨왔다. 어떤 행위가 윤리적으로 좋은지 나쁜지를 따질 때 그 행위가 언제 일어났는지와 같은 요소는 윤리적으로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기존 윤리학에 맞서며 윤리학에서 시간적 고려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곧바로 용서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즉시 용서받기를 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시 말해서 그릇된 행위에 대해서 용서를 구하는 데에는 시간의 경과가 필요하다. 이렇게 ‘시간성’을 고려하기 시작할 때 윤리적 문제는 훨씬 풍부해지고 구체적이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윤리학의 주제들은 시간성을 고려할 때 훨씬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파편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윤리학의 현대적 주제들, 예컨대 삶과 죽음을 둘러싼 생명 윤리학의 주제,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에 관한 환경 윤리학의 주제, 생명의 탄생과 인구의 적절한 규모에 관한 인구 윤리학의 주제 등을 윤리학의 시간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1장. 윤리와 시간
「1987」로 본 윤리적 완결의 시기|변방의 노인|하나의 사건이 지닌 의미는 언제 판단할 수 있을까|윤리적 판단과 시간의 문제|두 명의 무고한 죄수|윤리적 주제들이 갖는 시간성
2장. 시간에 대한 선호
어떤 시점에 있길 원하는가?|「사랑의 블랙홀」로 본 시점에 대한 선호|두 견해는 각각 다른 전제 위에 서 있는가?|삶의 궤적|행복이 바래거나 발하거나|TV 설치 기사의 역설|고통스러운 수술에 관한 사고 실험|미래에 대한 편향|과거에 대한 편향|과거의 일이 빛을 발하거나 빛이 바래거나|정리와 한 가지 화두
3장. 후회
윤리적 주제로서의 후회|후회할 것인가, 아니면 후회에 저항할 것인가?|후회의 필요성|후회에 관한 심리학|소런슨의 짓궂은 내기|후회의 합리성|후회의 구조|후회의 불가피성|후회로부터 배우기
4장. 사죄
죄가 처리되는 도덕적 과정|사죄의 딜레마|깨끗한 몸으로 빚 갚기|통시적 책임|사죄를 통해 과거 사건의 의미가 바뀔 수 있을까?|다시 사죄의 딜레마|남겨진 물음
5장. 집단 사죄
집단 후회라는 개념|집단 후회는 가능한가?|집단 후회의 근거|「그린 북」을 통해서 본 집단 사죄 문제|집단 사죄의 역설|비동일성 문제|진정한 집단 사죄는 불가능한가?
6장. 용서와 관용
용서와 관용의 딜레마|용서의 두 얼굴|용서할 수 없는 것|자기 용서를 통해서 본 용서의 힘
7장. 과거의 윤리적 의미
매몰 비용: 과거에 들인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미래를 위해서 견디는 오늘|과거 때문에 견디는 오늘|매몰 비용 오류, 정확히 정의하기|매몰 비용을 만회하는 법|미래 때문에 견디는 오늘은 내일의 어제다|매몰 비용을 고려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매몰 비용을 고려해서는 안 되는 경우들
8장. 회복 또는 구원
‘회복’의 애매성|‘구원’과 ‘회복’|구원이 바로 회복이다|「쇼생크 탈출」과 희생양 없는 속량|아들러가 주는 교훈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죽음|‘죽음이 나쁘다’는 것의 의미|윤리적으로 더 나쁜 죽음|죽음의 시기|비례 설명을 넘어서|죽음이 나쁜 진정한 이유
11장.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미래 세대를 위한 현재 세대의 계획|더 나은 미래 자아가 주는 고민|스크루지와 새옹지마|미래 세대를 대하는 태도
맺는말
참고문헌
Author
김한승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언어철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피츠버그대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양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언어철학, 논리학, 인식론, 윤리학, 미학 등의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썼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문제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철학적 물음을 던지길 좋아하며,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어 한다. 지은 책으로는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이 있다.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언어철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피츠버그대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양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언어철학, 논리학, 인식론, 윤리학, 미학 등의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썼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문제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철학적 물음을 던지길 좋아하며,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어 한다. 지은 책으로는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