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피해자다움과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대한 분석철학적 고찰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안희정 성폭행 사건 그리고 180도 달라진 1심과 2심의 재판 결과는, 우리에게 성범죄 재판에서 어떻게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남겨 주었다. 특히 피해자다움, 성인지감수성, 피해자중심주의 등과 같은 개념이 법정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최근 이견이 분분하다. 이 책의 저자인 최성호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호주 시드니대학교, 캐나다 퀸스대학교를 거쳐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논리학, 형이상학, 언어철학, 법철학 등을 연구하는 현업 철학자이다.
그는 머리말에서, '당신 철학자 아닌가?, 이것이 철학자가 논할 주제인가?'라고 묻는 이도 있을 법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성범죄가 인간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성범죄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철학이라는 학술적 자원이 불가피하게 요구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출간 의도를 밝힌다.
이 책은 성범죄 재판의 핵심 키워드인 ‘피해자다움’을 인식론과 행위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또한 피해자다움의 개념에 대해 여성주의 운동이 제기한 몇몇 유력한 비판을 인식론적 근거에 기반해 논박한다. 이어서 실제로 피해자다움에 대한 저자의 분석을 안희정 성폭행 사건에 적용하여 그것이 구체적인 사법 현장에서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음을 논증한다. 여기서 저자는, 특히 흥미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바로 해리 프랭크퍼트(Harry Frankfurt)의 철학적 인간학을 통하여 자기파괴적 의사 개념을 정의하고,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안하는 것이다.
성범죄 재판 문제는 복잡하고 난해한 데다 인화성이 큰 이슈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만큼 미리 결론을 정해 놓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당부를 덧붙인다. 아닌 게 아니라, 젠더갈등이 격화되고 혐오로 번지기 일쑤인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지한 철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저자의 모습은 시종일관 신중하고 논리적이다. 감정이 아닌 이성적 사고로,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사유와 성찰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작업임을 발견하게 된다.
Contents
|머리말| 피해자다움, 그리고 우리 시대의 철학자
제1부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제1장 피해자다움
제2장 피해자다움에 대한 분석
제3장 행위 설명의 논리 47
제4장 행위 설명에 대한 법칙인과적 모형과 심적 시뮬레이션 모형의 종합
제5장 여성주의자들의 비판에 답하다
제6장 안희정 전 지사 사건과 위력에 의한 간음죄
제7장 피해자다움의 부끄러운 과거사
제2부 자기파괴적 의사와 위력에 의한 간음
제8장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대한 몇 가지 개정안과 그 문제점
제9장 인간의 의지적 본성
제10장 성적 자기결정권
|맺음말| 진정으로 올바른 ‘정치적 올바름’을 위하여
Author
최성호
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 그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호주 시드니대학교, 캐나다 퀸스대학교에서 재직했다. [Mind], [Nous], [Philosophy and Phenomenological Research] 등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의 〈성향(Dispositions)〉 항목을 작성했다. 저서로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럼 군대 다녀온 나는 비양심적이란 말이냐?』, 『인간의 우주적 초라함과 삶의 부조리에 대하여』가 있다.
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 그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호주 시드니대학교, 캐나다 퀸스대학교에서 재직했다. [Mind], [Nous], [Philosophy and Phenomenological Research] 등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의 〈성향(Dispositions)〉 항목을 작성했다. 저서로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럼 군대 다녀온 나는 비양심적이란 말이냐?』, 『인간의 우주적 초라함과 삶의 부조리에 대하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