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수많은 백과사전식 고사총집이 편찬되었다. 이를 중국에서는 ‘유서(類書)’라고 불러왔다. 즉 ‘우주만물에 대한 지식들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정리해 놓은 책’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서는 고대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예술,종교 등 모든 방면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 유서의 출발은 그 동기가 황제를 위한 것이었다. 즉 업무에 바쁘면서도 늘 신하로부터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독촉받던 황제가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신하들에게 압축된 지식의 보고를 작성하여 올리라고 요구한 데서 그 제작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당나라 이전까지 동명의 유서들이 여러 종 편찬되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러나 당나라 이전의 유서들은 모두 실전되고 말았다.
당나라 이후로 송나라와 원나라ㆍ명나라를 거치면서 다양한 종류의 유서가 나왔는데,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때 엄선을 거쳐 사고전서에 수록된 유서는 도합 63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 [산당사고]는 비교적 시기적으로 늦은 명나라 말엽인 1617년에 출간된 유서이기에 당나라와 송나라는 물론 원나라와 명나라 때 문헌까지도 함께 인용하고 있어 내용이나 범주 면에서 여타의 유서보다 다양하고 광범위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데다가, 독자들이 보기 편하게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유서는 분야가 광범위하고 분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 등 중국학의 선두주자인 나라에서도 아직까지 세밀한 교감을 거친 역주서가 출간된 사례가 없다. 따라서 이 [산당사고 역주]의 출간은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세계 최초의 성과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문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초학자나, 고대 중국학과 고전에 관심이 있는 학자들도 보다 체계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