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불교사에서 경량부(Sautr?ntika)는 베일에 가려진 학파이다. 인도 후기 불교문헌이나 티베트 불교전통에서 비바사사(毘婆沙師, 즉 설일체유부)·유식·중관과 함께 불교 4대학파의 하나로 열거되고 있음에도 그들의 소의 경론이 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파의 발단은 물론이고 이념과 철학이 불분명하였고, 근자에 이르러 학파의 정체성마저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경량부 연구의 일차자료는 경량부적 입장에서 카슈미르 유부 비바사사의 학설을 비판한 세친의 『구사론』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경량부 설은 다만 유부학설의 비판 논거로 제시된 것일 뿐 학파의 사상체계로서 진술된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得’ 등의 비판논거로 제시된 종자설의 경우 너무 소략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중현은 『구사론』 상의 세친의 이설이나 경량부 설을 비판하면서 그 배후로 상좌 슈리라타(Sthavira ?r?l?ta)나 상좌계통의 일군의 비유자(譬喩者)를 지목한다. 본서의 전편 『상좌 슈리라타와 경량부』에 따르면, 경량부는 이들 상좌일파(上座徒黨/上座宗, 혹은 上座部, *Sthavira-p?k?ika)의 자칭이다. 그들은 정리(正理, ny?ya) 법성(法性, dharmat?)을 불설(佛說)의 기준으로 삼은 종래 불교주류의 불설론을 비판하고 다만 불타에 의해 분명하고도 결정적으로 설해진 경(經)을 지식의 근거(量, pram??a)로 삼았기 때문에 경량부였다.
상좌 슈리라타에게는 『경부비사사(經部毘婆沙, *Sautr?ntika-vibh???)』라는 저작이 있었다고 전하지만 현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중현은 『순정리론』에서 『길상론(吉祥論, *?r???stra)』으로도 찬탄되었다는 ‘그(上座)의 논(論)’ ‘저들 부파(上座部)의 논’에서의 주장이나 상좌의 말, 또는 비유자/경량부의 학설을 대량으로 인용 비판하고 있다. 본서에서는 이와 함께 비판에 대한 상좌의 해명과, 『구사론』 상에서의 세친의 유관논설과 상좌 학설로 평석된 어떤 다른 이(有餘師)의 주장, 이와 동일한 경향의 『대비바사론』 상의 비유자 설, 나아가 유가·법상종의 제 문헌 이를테면 『유가사지론』 『섭대승론』 『성유식론』과 주석서 상에서 비판되고 있는 경량부/비유자 혹은 말경부(末經部=슈리라타)나 상좌부(上座部=상좌일파) 설 등에 근거하여 상좌 슈리라타의 경량부 사상을 재구성하였다. 종래 『구사론』에 근거하여 경량부 사상을 이해한 경우 이를 유가·법상종의 문헌에 언급된 경량부/상좌부 설과 관련짓기 어려웠지만, 『순정리론』 상에서는 이들 두 계통의 경량부 설이 모두 상좌일파(즉 경량부)의 설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Contents
서설 上座 슈리라타의 경량부
1. ‘세친=경량부’라는 오해
2. 불교학의 새로운 열쇠, 상좌 슈리라타
3. 상좌 슈리라타와 중현과 무착, 그리고 세친
제1편 有部 諸法分別論 비판
제1장 蘊? 處? 界 3科의 다른 이해
1. 5蘊? 12處? 18界의 분별
2. 3科 假實에 관한 普光의 언급
3. 상좌 슈리라타의 3科 분별
4. 일체법(12處) 異熟生 설
5. 소 결
제2장 유부 外境論 비판
1. 形色 假有論
2. 所造觸 無別體論
3. 不相應行法의 부정
4. 無爲法 가유론
5. 소 결
제3장 심 ? 심소의 相應俱起說 비판
1. 心? 意? 識의 名義에 관한 다른 해석
2. 심 ? 심소의 次第繼起說
3. 상좌의 심 ? 심소 무별체설론
4. 소 결
제4장 상좌의 찰나멸론과 本無今有論
1. 무상과 찰나멸
2. 상좌의 정량부 行動說 비판
3. 상좌의 本無今有論
4. 상좌의 유부 삼세실유설 비판
5. 소 결
제2편 경량부의 인식이론
제5장 상좌의 인식론
1. 심 ? 심소 次第繼起說
2. 차제계기설에 따른 중현의 문제제기
3. 상좌의 직접지각론
4. 중현의 문제제기에 대한 상좌의 해명
5. 세친의 ‘직접지각의 자각(現量覺)’ 이해
6. 소 결
제6장 비유자/경량부의 和合見說
1. 인식주체에 관한 諸說
2. 和合見說과 경량부의 ‘根? 識=무작용’설
3. 대승논서에서의 ‘根? 識=무작용’설
4. 디파카라의 和合見說 이해
5. 유가행파의 和合見說과 상좌 슈리라타
6. 소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