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 백악기 말에는 ‘5차 대멸종’이라 불리는,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는 대재앙이 일어났다. 하지만 최후의 공룡인 디노의 모델이 된 바로사우루스는 그보다 더 전에, 쥐라기 시대부터 이미 천천히 멸종하고 있었다. 반면 자신을 ‘최초의 꽃’이라고 소개하는 플로라는 공룡시대에 나타나 백악기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종으로 번성한 속씨식물이다. 천천히 운명을 달리해가는 디노와는 반대로 플로라는 새로운 인생의 장을 열어갔던 것이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운명을 가진 두 종이 스쳐 지나갔던 쥐라기 말을 배경으로, 그들에게는 찰나와도 같았던 3000만 년 동안의 로맨스를 그렸다.
디노에게 플로라는 자신을 공룡이라고 소개했는데도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유일한 이였고, 모두에게 무시당하던 플로라에게 디노는 인사를 선뜻 받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였다. 두 인물은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변화하는 환경은 디노와 플로라가 오랫동안 서로만을 바라보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공룡의 시대는 저물어갔고, 플로라는 유시류 즉 날개가 있는 곤충류인 버기를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생을 살아가야 했다. 마음은 서로에게 있지만 본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와 종족의 운명으로 인해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는 두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변화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두 인물의 서사에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