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상의 배아인 자연권에 의문을 제기했고, 파놉티콘(원형감옥)을 기획했으며, 반자유주의·전체주의·집단주의·부권주의의 인큐베이터로 지목 당해왔던 제러미 벤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만 요약되어버리는 그의 영감과 계획은 끝내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합리화하는 전거일 뿐일까. 이 책은 근현대 공리주의 사상과 제러미 벤담을 자기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아 그간 현대의 여러 윤리학적 화두들을 점검하고 진단해온 강준호 교수가 분석해나간 객관의 공리주의·벤담론이다. 저자는 방대한 원전과 최신의 이차문헌들을 바탕으로 이른바 공리주의의 아버지인 벤담의 사상을 ‘중립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현대 사회의 주요 쟁점들과 관련지어 그 가치와 의미를 공정하게 평가한다. 벤담 당대부터 지금까지 그의 사상 전반에 비판적 논의가 지나치게 압도적이어서 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어보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술은 특정 해석을 무작정 변호하기보다 각 주제와 연관된 대립적 해석들을 먼저 차분히 개괄하고 분석하고 난 뒤, 호의적 해석의 장점들을 엄밀하게 해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벤담의 다양한 관심사들 가운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쟁점이 되는 주제들을 재조명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법과 도덕의 관계·평등과 분배적 정의 등의 고전적 테마는 물론, 인권·평화·행복·웰빙 등의 현대적 이슈들까지 차근차근 벤담의 문제의식으로부터 반추해낸다. 이렇게 한 공리주의의 설계자가 구상했던 인간의 자유와 정의 그리고 행복의 기준점은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를 읽어내는 데 유용한 시사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기도 하다. 새로운 지의 총화를 모색하는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아홉 번째 책이다.
Contents
프롤로그
서론∥ 벤담의 여러 얼굴
1. 순탄치 않은 여정 2. 『서론』과 벤담에 대한 오해 3. 계몽주의와 경험주의의 후예 4. 교화와 자유 5. 접근방식과 관점
제1장∥ 공리주의 전통과 벤담의 독창성
1. 공리주의의 창시자 2. 컴벌랜드의 ‘공동선’ 개념 3. 샤프츠베리와 허치슨의 ‘덕’ 개념 4. 흄의 ‘공리’ 개념 5. 전통과의 차별 혹은 단절 6. 공적 윤리와 입법과학
제2장∥ 자유와 통제
1. 엇갈린 해석들 2. 통제와 조종 3. 기대 보장으로서의 자유 4. 엇갈린 ‘자유’들 5. 행복의 증진과 자유 6. 소결
제3장∥ 공리주의적 민주주의
1. 정치적 사유의 전환 2. 사악한 이해관심의 인식과 민주주의로의 전향 3. 민주주의적 개혁의 도구적 성격 4. 여론 법원과 여성 선거권 5. 이상과 현실 6. 소결
제4장∥ 경제적 자유와 정부 간섭
1. 벤담 경제이론의 양면성 2. 자유방임주의의 면모 3. 국가통제주의의 면모 4. 자유와 간섭의 조화 5. 소결
제5장∥ 분배적 정의와 평등
1. 최대 행복과 정의 2. 전체 사회의 행복을 위한 평등 3. 실행 가능한 평등 4. 사회질서 안정과 기대 보장 5. 실망방지와 재분배 6. 소결
제6장∥ 법과 도덕
1. 법실증주의의 창시자? 2. 도덕적 중립성 명제와 보편적인 설명적 법학 3. 설명적 법학과 비평적 법학의 구분 4. 자연주의적 존재론과 법실증주의 5. 새로운 이해의 필요성 6. 소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 경희대학교 철학과에서 문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철학과에서 문학석사, 미국 퍼듀 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리주의와 존 롤즈를 전공하였으며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출판하였다. 옮긴 책으로는 『윤리학입문』(2005), 『인종: 철학적 입문』(2006), 『분배적 정의의 소사』(2007), 『생명의학 연구 윤리의 사례연구』(2008),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2013) 외 다수가 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 경희대학교 철학과에서 문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철학과에서 문학석사, 미국 퍼듀 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리주의와 존 롤즈를 전공하였으며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출판하였다. 옮긴 책으로는 『윤리학입문』(2005), 『인종: 철학적 입문』(2006), 『분배적 정의의 소사』(2007), 『생명의학 연구 윤리의 사례연구』(2008),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2013)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