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양시집 상

이번에 대동문화연구원에서 영인하여 간행하는 [능양시집(菱洋詩集)]은 능양(菱洋) 박종선(朴宗善, 1759~1819)의 시집이다. 박종선의 영조의 사위이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삼종형인 박명원(朴明源) 서자로서 이덕무(李德懋), 박제가(朴齊家)의 벗이다.

[능양시집]은 모두 16책의 필사본(筆寫本)으로 되어 있는데, 정고본(定稿本) 12책과 정고본 이전에 정리된 잔권(殘卷) 4책으로 나누어진다. 박종선의 시세계는 시체(詩體)를 폭넓게 구사하며 시풍(詩風)의 편폭도 넓다. 격률을 삼엄하게 지키면서 복잡한 전고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작품부터 붓 가는 대로 쓴 듯한 작품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며, 청신한 절구, 교묘한 율시, 호방한 장가(長歌)가 수록되어 있는 등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일정 수준 이상 되는 대가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그 밖에도 주목할 만한 문학적 시도가 적지 않다. 어린 시절에 지은 아동한시도 적지 않은 양이 있고, 민속과 풍토를 흥미롭게 쓴 시들, 그가 교유한 이덕무나 박제가를 비롯한 수많은 정조 순조 연간의 명사들의 일화, 그가 접촉한 기생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인생 등등 그의 시에는 18, 19세기 조선의 문화가 독특한 작법으로 담겨 있다.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한시 작가 가운데 주목할 만한 시인인 박종선은 규장각 검서관을 지내면서 이덕무, 박제가, 서이수 등 정조 순조대에 문단에서 활약하던 문인들과 깊은 교유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검서관이나 서파(庶派)지식인의 동향과 관련한 정보도 그의 자료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다.이 영인본의 출간을 계기로 정조와 순조 시기의 문단과 지식인들에 대한 연구가 더 깊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