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살했다. 그리고 이틀 뒤, 〈자살 특공대〉라는 이름의 피자 가게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점장은 사람 좋은 사내였고, 내가 지낼 숙소를 찾는 일도 도와주었다. 아주 신나는 직업은 아니지만, 한동안 이 일을 하며 지낼 생각이다. 손님들 중 일부는 어떻게 자살했는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손목의 흉터며 온갖 자국이 선명했다. 모든 게 바뀌기 시작한 그날은 내가 절도범을 가로막은 일로 시작되었다. 물론 내가 지어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건 진짜로 일어난 일이다. 그 일이 뭐냐면……
이스라엘의 인기 작가 에트가르 케레트의 소설을 그래픽노블로 재탄생시킨 『자살 특공대 피자 가게』는 죽음 이후의 세계라는 독특한 소재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모르디〉가 자살한 날부터 시작한다. 땅에 묻힌 다음 날, 그는 자살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후 세계에서 새로운 인생을 맞는다. 피자 가게 〈자살 특공대〉에서 피자를 굽고, 점장이 찾아준 숙소에서 거주하며, 늘 이것 달라 저것 달라 끊임없이 피자를 주문하는 자살한 인간들과 어울려 산다. 우연하게도 모르디는 옛 여자 친구가 이곳에 온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자살한 사람들의 사후 세계를 다루지만 한 꺼풀 더 들어가면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겪는 모든 문제가 곳곳에 숨어 있다. 아랍인을 향한 차별과 편견, 자살 폭탄 테러, 종교적 갈등, 실업 문제 등 현재 이스라엘이 가진 모든 정치와 사회적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두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기발한 유머 감각을 통해 평소 알 수 없었던 이스라엘 젊은이들을 접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