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을 처음 명확한 개념으로 제시한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이 책에서 러브 코치, 웨딩 플래너, 결혼 생활 상담 치료사, 대리모, 파티 플래너, 가족 관계 도우미, 유모, 노인 돌보미, 유급 친구와 문상객 등 사생활 서비스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만난다. 최첨단 기술과 빈곤층 여성을 이용해 아이를 주문 생산하고 유통하는 ‘구글 베이비’부터 고객이 지금 정말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정해주는 ‘원톨로지스트’까지 사생활 서비스 시장을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아웃소싱 자본주의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개인의 감정이나 사생활의 외주화와 시장화로 특징지어지는 ‘아웃소싱 자본주의’는 사생활을 시장 영역으로, 인간관계를 상품 관계로, 교감과 인내 등 감정과 공동체의 베풂을 상품으로 바꾸며, 공동체 구성원이 자기 자신과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역량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 공동체를 파괴한다. 또한 혹실드는 아흔이 넘은 엘리자베스 고모가 낯선 사생활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실제 사례를 통해 일하는 여성의 등장과 이혼율 증가, 만연한 고용 불안과 허술한 사회복지 체계 때문에 무너진 공동체의 영역을 사생활 시장 서비스로 무마하는 미국 사회의 복잡한 현실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1인 가구’ 비율이 넷 중 하나로 늘어나면서 한국에서도 소형 아파트, 간편 음식, 방범 서비스, 도우미 서비스 등 새로운 소비자층을 노린 ‘솔로 이코노미’가 인기다. 최근 서울시가 자본주의 문제를 넘어선 대안 경제 운동인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도 생활협동조합, 의료협동조합, 마을 공동체, 교육 공동체 등 시장에 포섭되지 않고 공동체에 의지하려는 흐름이 활발하다. 사생활 시장은 여전히 공동체와 사회복지 정책 등 공공 부문이 무너져도 시장에서 나를 빌리면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웃소싱 자본주의의 현장을 탐사한 『나를 빌려드립니다』는 이 주장이 감춘 진짜 현실을 파헤쳐 우리에게 보여준다.
Contents
감사의 말
머리말마을 사람과 외주자
1장 3초의 시간 ― 러브 코치의 사랑과 진실
사랑에도 조언자가 필요하다 | 전송 버튼 누르기 | 그다지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 끝없이 뻗어 나가는 러브 산업 | 결혼의 조건
2장 레몬나무의 전설 ― 웨딩 플래너의 완벽한 하루
해피스트 데이 | 전설의 약속 | 탈인격화, 재인격화 그리고 그냥 평범한 사람
3장 검은 머리와 파뿌리 ― 결혼 생활 상담 치료사의 사랑과 전쟁
32년 결혼 생활의 북엔드 | 온라인 상담 치료 시대
4장 우리의 아기, 그 여자의 자궁 ― 구글 베이비와 대리모 찾는 사람들
조용하고, 비쩍 마른 대리모 | 모든 게 상품이 된 시대
5장 내 자궁, 그 사람들의 아기 ― 임대 자궁과 대리모 이야기
“두 번이면 충분합니다” ― 대리모 안잘리 이야기 | “내 아이를 건네준 건지, 낳기도 전에 돈 주고 판 건지……”
6장 아이 키우는 데 서비스 몰 하나가 통째로 필요하다 ― 서비스 몰의 빛과 그림자
자동차 튜닝과 아이 기르기의 공통점 | 부족한 것을 다른 곳에서 보충하기
7장 다섯 살짜리 아이 웃기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 파티 플래너의 영업 비밀
“전문가들에게 맡겨요” | 안에서는 가족을 걱정하고, 밖에서는 기업을 파괴하고
8장 7점 만점에 7점 ― 가족 추억 만들기와 점수 매기기
패밀리 360의 모범 가정 | 추억은 만들 수 있다
9장 러브 인 아시아 ― 필리핀 유모와 가족의 가치 수입하기
“사람들은 제가 아기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 글로벌 바다에 이는 파문들
10장 보이지 않는 사랑 ― 자기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는 하우스 매니저
브라운 가족 | 서비스라는 장막의 뒤편 |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보는 것
11장 아버님 댁에 말동무 놔드려야겠어요 ― 노인 돌보미와 감정의 아웃소싱
도저히 믿을 수 없는 | 특별한 부류의 친구
12장 뭐든 돈 주고 사는 게 낫다 ― 친구여 시장에서 만날까
치료사만큼 좋은 친구? | 시장 관계와 우정 | 시장은 구세주?
13장 우리 엄마라면 그렇게 해드렸을 겁니다 ― 노인 요양보호사의 지금을 살아가는 법
그런 일에 실망하면 전문가가 아니다 | 지금 속에서 산다는 것
14장 묘비명에 새겨진 시장 ― 장례사와 사생활의 마지막 순간
물속으로 | 애도의 아웃소싱, 감정의 시장화
맺음말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 아웃소싱 자본주의와 원톨로지스트
주
참고 자료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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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앨리 러셀 혹실드,류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사회학과 명예 교수다. 평생 여성 노동과 사회 문제를 연구했고, 이 책 《가족은 잘 지내나요?》를 포함해 모두 8권의 저서를 냈다. 이 중 세 권, 《감정노동(The Managed Heart)》(1983),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The Second Shift)》(1989), 《시간의 구속(The Time Bind)》(1997)은 《뉴욕 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감정노동》으로 미국사회학회가 주는 찰스 쿨리상을 받았고,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와 《시간의 구속》으로 제시 버나드상을 받았다. 또한 평생 사회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공로로 사회학 대중화 공로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뜻밖의 공동체(The Unexpected Community)》(1973)와 《사적인 삶의 상품화(The Commercialization)》(2003), 공동 편집한 《글로벌 우먼(Global Woman)》(2003) 등의 저서가 있다. ‘감정사회학(Sociology of Emotion)’의 창시자라는 칭호를 안겨준 《감정노동》은 인간, 특히 여성의 감정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에 따라 규정되고 상품화되고 이용되는 과정을 밝힌 책으로, 1983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구겐하임, 풀브라이트, 멜론 펠로우십을 받았고, 학부 생활을 한 미국의 스와스모어 칼리지, 덴마크의 올보르 대학교, 노르웨이의 오슬로 대학교, 핀란드의 라플란드 대학교에서 각각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사회학과 명예 교수다. 평생 여성 노동과 사회 문제를 연구했고, 이 책 《가족은 잘 지내나요?》를 포함해 모두 8권의 저서를 냈다. 이 중 세 권, 《감정노동(The Managed Heart)》(1983),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The Second Shift)》(1989), 《시간의 구속(The Time Bind)》(1997)은 《뉴욕 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감정노동》으로 미국사회학회가 주는 찰스 쿨리상을 받았고,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와 《시간의 구속》으로 제시 버나드상을 받았다. 또한 평생 사회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공로로 사회학 대중화 공로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뜻밖의 공동체(The Unexpected Community)》(1973)와 《사적인 삶의 상품화(The Commercialization)》(2003), 공동 편집한 《글로벌 우먼(Global Woman)》(2003) 등의 저서가 있다. ‘감정사회학(Sociology of Emotion)’의 창시자라는 칭호를 안겨준 《감정노동》은 인간, 특히 여성의 감정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에 따라 규정되고 상품화되고 이용되는 과정을 밝힌 책으로, 1983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구겐하임, 풀브라이트, 멜론 펠로우십을 받았고, 학부 생활을 한 미국의 스와스모어 칼리지, 덴마크의 올보르 대학교, 노르웨이의 오슬로 대학교, 핀란드의 라플란드 대학교에서 각각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