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도 저도 아니고, 엉망진창에, 꼴값을 떨고 있지만…
나는 흙 내음을 맡으며, 돌을 고르고, 풀을 매는 일을 좋아한다.
농사야 어찌 되든 말든!
『시골이 좋다고? 개뿔!』은 “자연인이 되겠다!”며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 삼류만화가 ‘벨레기덩’과 그의 가족이 예상과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시골을 겪으며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만화다. 주인공 벨레기덩은 몸종이 되겠노라는 각서까지 쓰며 아내를 설득해 마침내 시골 생활을 시작하게 되지만, 그토록 꿈꾸던 시골은 도시보다 불편하고 시끄럽고 까다로운 일상의 연속이다. 싼값에 빌린 낡은 농가주택의 지붕은 비만 오면 새고, 수시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뱀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이웃들은 성가시기 짝이 없고, 산짐승 소리에 밤마다 잠도 이루기 어렵다. 그러거나 말거나 벨레기덩은 딸아이와 진지하게 오줌 멀리 갈기기를 하거나, 감성농법이랍시고 손바닥만 한 텃밭 주위에서 춤추고 박수치는가 하면, 아이들에게 골목길을 선물하겠다며 멀쩡한 남의 땅을 파헤치는 등 온갖 기행을 일삼으며 남다른 시골 생활을 해 나간다.
이 책은 시골의 실상(?)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편집 없는 ‘생방’ 시골 이야기이면서, 엉뚱한 신념으로 똘똘 뭉친 한 남자의 평범하지 않은 “오늘을 사는 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골에 대한 맹목적인 예찬과 순진한 환상을 걷어내고 솔직하게 그려 낸 이야기는 끊임없이 실패하는, 그래서 매일 매일이 도전일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에 가깝다. “가끔은 이도저도 아니고, 엉망진창에, 꼴값을 떨고 있지만, 사는 곳이 어디든 중요한 건 나를 아는 것”이라는 작가의 고백이 시사하듯, 시골이라는 배경에만 머물지 않고 삶의 희로애락을 질펀하게 펼쳐 보인다. “산다는 건 말이야…… 개뿔!”이라고 툴툴대면서도 소소한 데서 기쁨을 느끼고, 매일같이 깨지고 넘어지면서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우리에게 이 책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따뜻한 공감을 일으킨다.
Contents
나오는 생명들
[반쯤만이라도]
자연인 · 꿈 · 약속 · 반쯤 시골 · 비 새는 천장 · 꽃과 나무 · 내기 · 달팽이 걸음 · 진 거 · 허물 · 재판 · 파업 · 용기 · 양심 · 달밤
[내 이웃은 누구인가]
내 가까이 이웃들 · 시골 인심 · 조용히 사는 법 · 초대받은 뜨내기 · 무뚱아피와 들라퀴 · 마을 한 바퀴 · 이 땅을 지키는 토박이들 · 자연을 지키는 뜨내기들 · 낭질 · 게므로사와 몽캐 · 노루 · 엄부렁과 맬록 · 개 꼴, 사람 꼴 · 지옥에서 계매양 · 들라퀴, 안녕 · 선물
[저 해맑은 아이들]
골목길 · 계획1 · 청소 · 누니벨룽 · 자매 · 학교에 가다 · 망아지들 · 내 그리운 아이들
[내 것은 내 발 아래에]
마침내 내 손으로 · 뒷시 · 계획2 · 그깟 똥 안 먹는다 · 똥이 밥 · 고백 · 날이면 날마다 · 달리는 똥 · 손님 마중 · 도둑
[호미 들고 한 걸음]
겨울 손님 · 하늘 나중 · 몸살 · 뤼에도 생이배쫑 · 깊이 · 봄 마중 · 거짓 · 진짜 · 감성농법 · 잡초는 없다 · 잡초는 있다 · 빛과 그늘 · 풀밥 · 세상을 사는 슬기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나는 누구인가
[찔끔해도 괜찮아]
사람에게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 · 믿음 · 그대를 위하여 · 콩농사 · 해방 된장 · 붉은 보리밭 · 깨달음 · 행복주머니 · 꿈꾸는 마음 · 찔끔한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