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나들이

이제 삶의 팔부능선에 오르고 보니, 지난날의 흔적을 더듬게 된다. 강단생활에 옹이가 박힌 터라, 남은 것이라곤 글 나부랭이 정도다. 그것도 세평 있는 문학작품이라면 모를까, 표준어 세대들에게는 제2외국어나 다름없는 쾨쾨한 방언인 제주어(濟州語)다. 일부 국어학자들은 ‘제주방언’이지, 왜 ‘제주어’냐고 못마땅해서 나무란다. 그래도 탐라국의 후예로서 제주인의 정체성이 돋보이는 제주어라는 명칭이 더 떳떳해서 좋다. 그래서 평생의 학업으로 붙들고, 길게 잡아 앞으로 10여 년 안팎에 불과한 삶의 무게를 황금처럼 아끼는지 모른다.

여기 엮어낸 글들은 학술적인 몇 개를 빼고는 일반 간행물에 실렸던 것들 중 제주어에 관련된 것만 간추려 그 일부를 첨삭하고, 강의자료와 라디오방송 원고를 그대로 옮겼다. 제1부는 ‘제주어의 가치와 보전’?‘제주어표기법’?‘제주어 활용의 실제’?‘제주어의 구술첨사’?‘ㅇㆍ/ㅇ? 익히기’?‘제주어의 어휘’에 대한 내용이고, 제2부는 ‘제주속담의 요체’?‘제주속담의 윤리의식’?‘한라산과 속담’?‘속담을 통한 제주어 학습’?‘제주의 계절속담’?‘제주속담 산책’ 등이 골격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제주어를 어떻게 적을 것이냐에 대한 〈제주어표기법〉 ‘제20개 항’은 2013년도 말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만들어졌고, 그 해설서가 출간된 바 있다. 하지만 견해의 차이로 인한 불명확한 것들이 있거나, 다뤄져야 할 것들이 누락돼 있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것을 다소나마 보완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에 대응한 〈제주어표기법〉 ‘제54개 항’과 ‘부칙’은 제주어를 공부하려는 초보자들이 눈여겨봤으면 한다. 필자가 집필 중에 있는 ??표준어 대역 제주어사전(가칭)??은 이 표기법에 따르고 있는데, 혼자서 하는 일이라 버거워서 바둥대기 부지기수다. _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