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침묵

말은 침묵에서 솟아나 울림을 낳은 뒤 침묵으로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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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41077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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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4/04/05
Pages/Weight/Size 128*188*20mm
ISBN 9791141077822
Categories 인문 > 기호학/언어학
Description
언어는 원초적으로 패배의 운명을 지고 태어난다. 진실은 늘 말과 글의 경계 너머에 있다. 언어는 진리의 언저리를 안타깝게 맴돌 뿐이다. 한 조각 진실을 담고 있을 때조차도 언어는 역부족이다. 하물며 진실의 그림자조차 담지 못한 언어는 얼마나 많던가. 말은 진실에 닿지 못하고, 글은 삶을 감당하지 못한다. 말이 세상을 속이고, 글이 사람을 홀린다. 말은 소음으로 퍼지고, 글은 공해로 쌓인다.
 
어쩌다 보니 말과 글을 다루며 살았다. 기사를 쓰고, 논평을 하고, 칼럼을 담당했다. 신문 방송에 내놓은 글은 대체로 생명이 짧다. 당대의 소란과 소음이 소거되고 나면 공허한 울림만 남는다. 세월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글은 드물다. 빛바랜 칼럼은 공감도 공명도 낳기 어렵다.
 
돌이켜보니 감사한 날들이었다. 부족한 안목으로 5년 동안 고정 칼럼을 맡았다.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기도와 묵상의 마음을 담았다. 그 칼럼의 문패가 「말과 침묵」이었다. 넘치는 기회를 준 가톨릭평화신문에 감사드린다. 비루한 원고를 버리지 못하고 뒤늦게 책으로 엮는다. 여전히 다스리지 못한 허세와 욕심의 소산 같아 부끄럽다.
 
글의 주제에 따라 1, 2, 3부로 묶었으나 그 경계가 분명하지는 않다. 1부는 대림과 성탄, 사순, 위령 등 전례 주기에 따른 묵상의 글이다. 2부는 신앙과 영성의 여러 주제를 자유롭게 다룬 글을 모았다. 3부는 세상사에 대한 오지랖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건과 논란을 다루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가톨릭의 시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말의 고향은 침묵이다. 글의 소임은 진리와 진실이다. 본향으로 회귀하지 못한 언어는 세상에 잔해를 남긴다. 그래서 말은 필시 구업(口業)이고, 글은 ‘글빚’으로 남는다. 삭여낼 업과 감당해야 할 빚을 저울질하며 다시 침묵을 향해 돌아앉는다.
Author
김소일
가톨릭 매체에서 종교와 신앙에 관한 글을 쓰며 30여 년 일했다. 지은 책으로 『사막으로 간 대주교』, 『말과 침묵』, 『인제를 걷다』, 엮은 책으로 『일어나 비추어라』 등이 있다.
가톨릭 매체에서 종교와 신앙에 관한 글을 쓰며 30여 년 일했다. 지은 책으로 『사막으로 간 대주교』, 『말과 침묵』, 『인제를 걷다』, 엮은 책으로 『일어나 비추어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