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주로 정치적 맥락에서 개소리의 기원, 정의, 원인, 효과 및 문제점을 역사적 단편들과 몇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잠깐 시간을 내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개소리에 관한 풍자적 프레이밍(Framing)을 시도했다. 저자는 타자에게 개소리를 하는 것은 타자를 부드럽게 기만하거나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종국적으로 개소리에 관한 문제는 기만과 혐오, 그리고 가짜(fake)에 관한 문제라고 규정한다. 또한 우리 정치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가 풍자들 당해야 할 당사자가 세상을 훈계하고 풍자하려 드는 것이라고 보고, 과오의 대가를 치러야 할 당사자가 도리어 세상을 조롱하고 호통치는 것이야말로 개소리의 매력이라고 역설적으로 예찬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행태가 횡행하는 근본적 원인을 진실 자체보다 진실해 보이는 것,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 그런 척하는 것을 더 실재적이라고 느끼는 대중의 인식론적 취약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즉 정치적 맥락에서 개소리는 교묘하게 대중을 기만하려는 모호한 말들이지만, 노골적인 정치선전보다 연성화된 풍자적 언사로 대중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서 정치적 개소리의 네 가지 특징을 동문서답, 책임전가, 아시타비, 허장성세로 프레이밍했다. 동문서답은 개소리의 모호성과 기만성을 포괄하면서도 뻔뻔함을 잘 드러낸다. 책임전가는 개소리에 내포된 기만적 의도를 특징짓는 가장 두드러진 요인이다. 아시타비는 자신은 명언으로 생각하지만 남들은 망언으로 여길 만한 개소리를 가리키는데 적절하다. 허장성세는 호언장담과 호가호위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을 상징한다. 즉 개소리의 종착역이다.
저자는 생물학·심리학·정치학에서의 논의를 간략히 살피면서 개소리가 우러나오는 마음의 밑바닥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개소리의 주요한 원동력으로 자기기만(self-deception)을 지목한다. 진화과정에서 타자를 기만하기 위해서는 거짓과 진실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표정과 언어가 중요해졌는데, 타인을 기만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위험부담과 인지부하를 최소화하려는 내적 요구로 인해서 노골적인 거짓말보다 모호한 개소리를 더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결정권자들은 직설적인 거짓말에 따른 부담과 이로 인한 인지부하 및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모호한 개소리를 발화한다고 본다. 그런데 저자는 정치적 자기기만이 단순히 거짓말을 하려는 의도만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실패(to kid oneself)’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 실제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보면 정치적 개소리는 객관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실패한 결정권자가 대중을 부드럽게 기만하기 위해 연성화시킨 모호한 언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Contents
헬로 개소리(Hello Gaesori)
Ⅰ. 풍자로서 개소리
1. 개소리의 기원
카인의 동문서답 / 장자의 톤톤 / ‘개’에 담긴 뉘앙스 / ‘개’에 투영된 인간
2. 어른을 위한 동화
풍자의 거장들 : 루키아노스·세르반테스·스위프트 / 웃으며 태어난 여자아이
Ⅱ. 권력의 개소리
3. 풍자의 대체 : 정치적 개소리의 만연
고바우영감, 오적, 작은 연못, 그리고 ‘야한 여자’ / 간첩 같은 꼬리표 /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 호언장담
4. 동문서답·책임전가·아시타비·허장성세
권력의 개소리 : 네 가지 특징 / 1) 동문서답 / 2) 책임전가 / 3) 아시타비 / 4) 허장성세 / 구라 뻥(pants on fire)의 진짜 목적 / 조정의 개소리 : 上不端表
Ⅲ. 개소리의 기만성
5. 기만으로서 개소리
거짓(말)의 양면성 / 기만의 경이로운 변이들 / 일상의 개소리 /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 자기기만과 어림짐작(heuristics)의 모호한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