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언어를 멈추었을 때 드러나는 여백은 아무것도 없는 공허가 아닙니다. 기록된 세계들이 한낱 허구이기에 실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을 뿐, 여백 속에는 무한한 가능세계가 스며있습니다. 가능세계는 하나의 여백이 지니는 필연으로, 당신은 여백의 필연으로서 세상에 던져졌습니다. 물론 이 필연에는 여전히 어떠한 본질적인 의미나 용도가 부여되어있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허가 아닙니다. 존재는 의미나 용도 혹은 본질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 무한한 의미를 펼쳐내는 여백의 필연입니다. 이때의 필연이 곧 의미 그 자체이므로, 당신이라는 필연을 앞지르는 본질이 없을 뿐입니다. 당신이라는 필연은 모든 본질에 앞서며, 이러한 자각에 비추어볼 때 당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차이를 펼쳐내는 필연적 우연성은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고, 자유롭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본문에서
Contents
1. 언어와 세계
2. 무경계 영토
3. 취소하는 언어
4. 기이한 거울
5. 영원한 현재
Author
안규민
2017년 『문학바탕』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간문예지 『구남』에서 시를 연재했다. 화가 최의룡과의 콜라보 『그시절』(그림과 시의 절묘), 문학낭송플랫폼 『글과 사람』, 시 전시회 『시웃들』을 통해 시를 발표했다. 소설 『아카샤, 꽃의 시간』과 시집 『사라진 숲의 기록』, 에세이 『영원한 현재를 찾아서』와 『파란, 여백의 언어』 가 있다.
2017년 『문학바탕』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간문예지 『구남』에서 시를 연재했다. 화가 최의룡과의 콜라보 『그시절』(그림과 시의 절묘), 문학낭송플랫폼 『글과 사람』, 시 전시회 『시웃들』을 통해 시를 발표했다. 소설 『아카샤, 꽃의 시간』과 시집 『사라진 숲의 기록』, 에세이 『영원한 현재를 찾아서』와 『파란, 여백의 언어』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