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도, 인간을 말하다

중국철학은 언제나 그 핵심이 정치철학이었다. 중국철학의 목적은 진리 탐구가 아니다. 중국철학은 각각의 시대마다 발생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철학적 이론화 작업이었다.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중국철학에서 정치적 문제라는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철학적 이론은 무가치하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철학사에서 황로학(黃老學)의 발생 역시 전국시대의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황로학을 정의할 때 도가 철학을 중심으로 기타 학파의 장점을 흡수하고 융합한 학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일부 학자들은 ‘잡가’(雜家) 또는 ‘도법가’(道法家)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오늘날 이 계열의 문헌을 ‘잡가’ 또는 ‘도법가’라는 개념/용어를 사용하여 정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잡가’는 기본적으로 어떤 문헌의 분류 방식이 아니다.

고대 중국의 봉건사회에서 중앙집권화는 황제 한 사람이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정치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은 그 누가 되었든 제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한 무제가 동중서(董仲舒)의 건의를 받아들여 독존유술(獨尊儒術)을 한 이후, 유학을 제외한 모든 학파가 처했던 운명이었다.

회남왕 유안과 그 식객이 모여 편찬한 『회남자』는 진한시대 황로학의 최고봉이다. 이 책 『회남자』 이후 이처럼 종합적 성격을 갖는 황로학 계열의 문헌은 다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진한시대, 특히 한대(전한시대) 사회의 중앙집권화와 지방분권화라는 정치적 갈등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 결과는 중앙집권화의 성공과 그에 따른 지방분권화의 몰락이다. 『여씨춘추』를 편찬한 여불위(呂不韋)가 자결이라는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회남자』를 편찬한 유안(劉安) 역시 역모라는 반란죄에 연루되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다. 이것은 철저하게 권력투쟁의 산물이다.

회남왕 유안의 정치적 실패가 곧 학문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비록 당대에 실패한 철학이 후대에 빛을 발할 때가 있고, 그 반대의 상황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회남왕 유안이 비록 당대에는 정치적 실패/패배에 따른 결과 자결로 삶을 마감했지만, 그와 그의 식객이 남긴 『회남자』를 통해 언제나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란 그런 것이다. 거듭되는 현실에서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때로 직접 현실정치에 참여하여 잘못된 현실을 개혁하고, 상황이 그렇지 못하면 글을 남겨 자신의 이상을 후대에 전한다. 인간의 삶은 이러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