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문학 연구는 시와 소설에 집중되는 장르의 편향성을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소외된 분야인 수필에 대한 연구와 비평이 필요하다는 J교수님의 말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때부터 나의 수필에 대한 연구와 비평이 시작되었다. 대학의 연구 업적 평가에서 평론이 제외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따라서 교수들은 평론 쓰기를 회피하며 논문 쓰기에 매달리는 형국이 되었다. 그러니 수필에 대한 연구도 연구려니와 평론을 쓴다는 것은 특별한 사명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수필은 이론적으로 발달이 안 된 분야이다. 나는 지금까지 소설 분야에서 쌓은 이론을 수필 장르에 응용한다면 수필학의 정립에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수필학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체계적인 글쓰기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제1부 「수필학의 정립을 위하여」는 수필의 허구성과 관련된 이론적 모색을 담고 있다. 4편의 글들 사이에 중복되는 부분들이 발견되는 것은 같은 주제를 두고 이곳저곳에서 원고청탁을 해왔기에 불가피한 일이었다. 한때 우리 수필계는 수필의 허구성 허용 여부를 놓고 논쟁이 활발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한 상황을 반영하는 글들이다. 제2부 「근현대 수필가의 수필세계」에서는 근대수필의 효시라고 불리어지는 유길준의 『서유견문』, 이태준, 피천득, 이양하, 조지훈의 수필에 대해서 연구한 글들이다. 근현대 수필문학사를 정립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한다는 의도를 갖고 유길준부터 연구를 시작했지만 잡지사의 연재가 중단되는 바람에 계속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제3부 「부산 수필가의 수필세계」는 부산의 이주홍, 최해갑, 김상훈, 안귀순, 정여송, 송두성 등을 비롯한 몇몇 수필가들의 수필세계를 천착해보았다. 지역 작가들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제4부 「재외 한인의 수필세계」에서는 ‘캐나다 한인 수필과 디아스포라’라는 제목으로 캐나다 한인들의 수필에 대해서 적어보았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수필가의 숫자는 다른 장르에 비하여 월등히 많으며 수필은 매우 선호되는 장르이다. 이것은 아마도 수필이 특별한 형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수필 평론을 하는 평론가는 어느 정도 늘어났다. 수필지들도 수필의 창작만이 아니라 평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당대 작품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된 셈이다. 하지만 수필을 연구하는 학회가 전무한 데서도 잘 확인되듯이 여전히 수필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미답의 영역으로 남겨지고 있다. 그 옛날 J교수의 말씀처럼 수필에 대해 애정을 갖고 연구할 수 있는 연구자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Contents
머리말
제1부 수필학의 정립을 위하여
수필과 모더니즘
수필문학의 허구성
수필의 허구 수용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
서사수필의 규약
제2부 근현대 수필가의 수필세계
개화기 수필의 효시 - 유길준의『서유견문』
상고주의와『무서록』? 세계 - 이태준의 수필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정 - 피천득론
주지주의와 이양하의 수필세계
조지훈의 수필문학
제3부 부산 수필가의 수필세계
이주홍의 수필문학과 그의 문학관
최해갑의 수필세계
헐벗음의 철학과 수필적 칼럼 - 김상훈의 수필세계
과거에 대한 향수와 자연에 대한 정감 - 안귀순의 수필세계
수필형식에 대한 다양한 실험의식 - 정여송의 수필에 대하여
원로 수필가들의 작품이 돋보인 수필계
참신하고 다양한 소재의 발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