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첫 번째 소설 『과거 설계』와 같은 제목으로 단편소설집이 출판되지만 당시 사회주의 정부의 검열에 걸려 출판된 책들은 모두 압수당했다. 1988년 아나 블란디아나가 독일의 알프레트 퇴퍼 재단이 수여하는 헤르더상을 수상하고 나서 그의 소설들(1977년에 발표한 『사계절』을 포함하여)은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녹아내린 도시와 그 외 환상소설』 중에서 『과거 설계』와 『유령 교회』를 국내에서 처음 번역한 것이다.
『과거 설계』와 『유령 교회』는 환상소설이다. 아나 블란디아나의 환상소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또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아주 익숙한 장소와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지 않으면 단순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작가가 겪은 일들을 구성한 사실주의 경향의 소설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이렇게 그의 소설은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애매모호하지만 엄연히 환상소설로 구분되는 만큼 그 경계는 있다. 아나 블란디아니는 현실과 환상의 미묘한 차이, 고립된 상황에서의 인간의 갈등,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는 인간만의 특별한 정신세계를 책 속에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