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 무렵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문 장편소설이다. 불교를 숭상하는 나라 남가국에 닥친 전쟁의 위기를 사천왕(四天王)의 현신인 최석홍, 황석태, 석천장, 석화주 네 인물의 활약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방대한 내용과 치밀한 구성, 체계적인 주제 형상화 과정, 5원 세계를 넘나드는 광활한 공간 배경. 우리나라 고전소설사의 압도적인 성취인 《남가록》을 발굴한 조용호 교수가 세련된 번역과 정밀한 주석, 친절한 해설을 통해 소개한다.
Contents
서문
남가기화 1
제1회 남가왕이 불당을 크게 일으키고, 석가모니가 비게를 읊어 전하다
제2회 거짓을 희롱하여 참을 이루니 마을 노인이 곧 월노라, 진실 같으며 거짓이 아니니 석씨가 기린을 안아 보내다
제3회 호랑이 같은 장수가 호랑이를 잡을 수 있고, 승냥이가 승냥이를 이해하고 아낀다
제4회 황응은 다리를 놓아 음덕을 닦고, 석태는 마음 가는 대로 옥포에서 놀다
제5회 회심이 바야흐로 발칵 일어나니, 신력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제6회 사내가 불행하게 구리 냄새 나는 세상에 빠지니, 의로운 선비라면 누구라도 보살심을 갖지 않으랴
제7회 최고를 양보한 백수춘은 말없이 달아나고, 세 사람의 익우(益友)를 얻은 황보살은 희망을 펼친다
제8회 법사가 내전에 머무를 때는 부인이 안을 어지럽혔으나, 보위가 동궁에게로 돌아가니 대신들이 충성을 다하다
제9회 넓은 도량을 좁은 도량과 어찌 비교하겠으며, 온 힘으로 법을 따르지 않으니 죽음을 면할쏜가
제10회 작은 여우는 바야흐로 머리를 내주고, 큰 고래는 다시 죄에 연루되다
제11회 장곤은 사사로운 원한으로 나라를 그르치고, 재우는 혈기에 의지해서 화를 불러일으키다
제12회 꽃이 옥천에 떨어지니 꽃이 서로 만나고, 용이 어하에 귀의하니 용이 기쁘게 맞는다
제13회 고립된 성에서 승리를 엮어 내니 어찌 남가국에 사람이 없겠는가, 피를 바르고 다시 바로잡으니 사직을 지키는 신하가 있다
제14회 힘을 다해 싸운 3석은 참된 영웅이요, 지략으로 승리한 장화화 역시 용병에 능하도다
제15회 종일이 기이한 계책을 내어 선봉을 꺾고, 최용이 계산하여 후일을 도모할 것을 생각하다
제16회 김종일은 패배를 돌려 이기는데 오로지 8인의 꾀에 의지하다, 개조지는 거짓 항복의 꾀를 내고 풍류의 형국을 꾸미다
제17회 좀 전에 패배한 병사가 관 위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는데, 승리했다는 편지가 암자에서 나오는 것을 금방 또 보네
제18회 선생이 계책을 주니 귀신이 기이함을 보내고, 영웅이 손을 벌리니 천지의 빛깔이 변하다
남가기화 2
제19회 붉은 비단은 옥녀산의 빛을 움직이고, 흰 물결은 양갑성의 성을 두른다
제20회 술책을 쓰기는 진실로 어려우나 깨기는 쉽고, 머리를 들이미는 것은 비록 쉬우나 꺼내기는 어렵다
제21회 홍관장군 이무기를 만나 결연을 맺으니 이가 곧 월노(月老)이고, 망령되게도 스스로 크다고 믿었던 황구 백구는 양처럼 죽임을 당하다
제22회 옥구가 수부에 들어가니 잠긴 용이 하늘로 날고, 종이 연이 갑성에 떨어지니 마른 붕어가 뜻을 얻다
제23회 목마른 곳에서 단 샘이 솟으니 어찌 경공의 기도를 기대했겠는가? 패전한 후에 뜻밖의 변화가 생겨 완연하게 장수의 국면이 되다
제24회 천 가지 백 가지로 기이하게 변신하는 석홍은 가슴에 만 가지 둔갑을 감추었고, 반신반의하는 장화화는 바둑을 한판 두다
제25회 날개가 돋고 입으로 바람을 토하던 날치가 스스로 죽는 것이 우습고, 곤사를 주머니에 감추고 신물을 아울러 가진 것을 기뻐하다
제26회 붉은 비단을 마름질하여 아침에 결혼하고, 급한 물길에 노를 돌려 저녁에는 갈매기를 희롱하다
제27회 들 까마귀가 도리어 단산의 봉황을 꾸짖는데, 깊은 절구만이 긴 것을 용납할 수 있도다
제28회 향내 나는 풀과 누린내 나는 풀은 같은 그릇에 담을 수 없고, 귀신과 물여우는 서로 악을 돕는다
제29회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도적이 어느 시대에 없었겠는가, 유영의 화진이 진정한 장군이라
제30회 복은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으니 오직 나에게 있으며, 속임수로 피할 수 없으니 네가 누구를 속이랴
제31회 이승에서 이미 승패의 계산이 끝났는데, 명부라고 어찌 선악의 판가름이 어긋나리오
제32회 신물이 무사히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고, 기이한 공은 운수에 달려 있으니 감히 요행을 구하겠는가
제33회 비로소 인과응보는 터럭만큼도 어긋나지 않음을 알았으니, 천지가 허물을 용납할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Author
최만성,조용호
최만성(崔晩成)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서문에서 객(客)의 입을 빌어 ‘글은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니, 글이라는 것은 사실의 손님이기 때문이다. 지금 소설에 풀어 놓은 수천 수만 마디의 말은 허공에 사다리를 놓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나고 보면 허황된 말이요 실상이 없는 것이니, 불태워 버리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강력한 비난을 받도록 만들었다. 비록 객이 말한 것으로 처리했지만, 이런 비난은 경(經)과 사(史)를 중시하던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지닌 일반적인 소설관과 맞닿아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의도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허공에 사다리를 놓는다’는 말은 허구를 본질로 하는 소설에 대한 촌철살인의 통찰이다. 이것은 가장 강력한 비난의 말을 뒤집어 소설의 본질과 가치를 설명하겠다는 심산이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과 소설을 쓰는 일은 겉으로는 허공에 사다리를 놓는 허황된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 진리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경서와 사서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진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소설이 숨어서 보는 하찮은 글이 아니라, 어떤 글보다도 가치가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인식과 관점을 단지 말로만 주장하지 않고 소설 속에 구현해 냄으로써, 그의 탁월한 작가적 역량을 충분히 증명했다. 최만성이 보여 준 진보된 인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창작이 지식인들에 의해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 자력으로 근대화를 성취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못하고 외세에 의해 강제로 망국의 길로 접어든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최만성(崔晩成)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서문에서 객(客)의 입을 빌어 ‘글은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니, 글이라는 것은 사실의 손님이기 때문이다. 지금 소설에 풀어 놓은 수천 수만 마디의 말은 허공에 사다리를 놓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나고 보면 허황된 말이요 실상이 없는 것이니, 불태워 버리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강력한 비난을 받도록 만들었다. 비록 객이 말한 것으로 처리했지만, 이런 비난은 경(經)과 사(史)를 중시하던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지닌 일반적인 소설관과 맞닿아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의도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허공에 사다리를 놓는다’는 말은 허구를 본질로 하는 소설에 대한 촌철살인의 통찰이다. 이것은 가장 강력한 비난의 말을 뒤집어 소설의 본질과 가치를 설명하겠다는 심산이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과 소설을 쓰는 일은 겉으로는 허공에 사다리를 놓는 허황된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 진리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경서와 사서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진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소설이 숨어서 보는 하찮은 글이 아니라, 어떤 글보다도 가치가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인식과 관점을 단지 말로만 주장하지 않고 소설 속에 구현해 냄으로써, 그의 탁월한 작가적 역량을 충분히 증명했다. 최만성이 보여 준 진보된 인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창작이 지식인들에 의해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 자력으로 근대화를 성취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못하고 외세에 의해 강제로 망국의 길로 접어든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