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으로 검은 백조가 발견되었을 때 박물학자와 철학자 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 백조는 당연히 흰 것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 검은 새들을 과연 백조라고 불러야 할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학자들은 결국 그것들을 ‘검은 백조’라고 부르기로 했지만, 하얗다는 특징의 백조다운 본질이나 개념은 없애야만 했다. 하얗다는 것은 더 이상 백조라는 본질의 일부가 될 수 없었다. 이제 세상에 검은 백조가 존재하는 것처럼, ‘졸혼’이 결혼이라는 큰 범주 안에 포함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졸혼은 100세 수명시대 삶 중에서 생애 후반기, 즉 평생의 본업에서 손을 놓거나 정년을 퇴직하고 난 중·장년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이때 부부가 삶의 방향이 다르다면 각자 다른 삶의 방향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서로의 길에 대해 격려해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노후를 취미생활이나 친구 사귀기로 새로운 인연(因緣)만들기, 즉 '연거’(?居)'를 선택 하고자 하는 것이 중·장년 일반 여성의 큰 특징이다. 여기에 남성은 분명 제외 되는 것이 현실이며, 마침 남편이 고향으로 전원생활 하기를 원한다면 고향으로 낙향하여 부부가 떨어져 살게 되는데, 이를 우리는 이혼 또는 별거라 하지 않고 ‘졸혼’이라고 부르다. 이처럼 졸혼은 생애후반기 자기주도적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지금가지는 우리는 단 한번도 중·장년 이후의 삶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대부분 60대 이전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세 수명시대를 맞이한 지금은 중·장년의 경우에도 살아온 만큼 살아가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졸혼은 바로 이런 인생후반기 삶에 관한 이야기 중 결혼생활, 즉 부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60대 이후의 삶이 단순한 ‘잉여’일지 ’본질‘이 될지에 관한 성찰의 문제이기도하다. 저자는 이미 졸혼관련 주제로 「졸혼:결혼관계의 재해석」 「졸혼:황혼이혼에 대안」 「중년의 결혼생활과 삶, 그리고 졸혼」 3권을 e북으로 출간 한 적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 내용이 이번에 종이책으로 다시 출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