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국가책임복지를 주장하다

2017년 9월 18일 ‘치매국가책임제’가 선언되었다. 환자 본인의 인간 존엄성도 무너지고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 받는 심각한 질환인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즉 개인이나 가정의 한계를 넘어서는 치유 불가능한 질환에 대하여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 수행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장애국가책임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애인 국가책임제’가 아닌 ‘장애국가책임제’라는 명칭을 쓴 이유는 장애인이라는 국가가 관리하는 법적 제도에 포함되는 대상자에 한정시키기보다 우리 사회와 인간이 가지는 실존적 한계로서 장애를 포괄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를 담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장애인에 대한 제도와 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장애에 대처하는 국가의 책임성에 대해 같이 생각 해 보자는데 큰 의미가 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 장애인 1인 가정을 포함하여 결혼을 하여 자녀를 가진 가정, 더 나아가서 장애가정 중에서 위기가정 등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장애국가책임제’를 ‘장애가정국가책임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장애인은 발달장애인과 중도중복장애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 발달장애의 의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증의 의미를 가지며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진 동시에 가진 중도중복장애라는 용어를 더 선호하며 두 용어를 혼합하여 사용하지만 보다 심각성을 강조할 때 많이 사용하였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 4.0’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신자유주의의 다음 단계로,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를 표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자본주의가 있을까 의문스럽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갈수록 더 냉담해지고 있다. 수시로 방송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둔 가정의 붕괴를 접할 수 있다. 예컨대 신동아 2017년 6월호 ‘삶의 현장’에서 본 ‘부모와 아이가 함께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기사는 본서의 취지와 거의 동일하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전 생애에 걸쳐 돌봄이 필요하고 대부분 부모가 돌봄자가 되는데 성년에 접어든 발달장애인은 원하는 경우 가정으로부터 독립할 권리와 발달장애인의 학령기 이후 삶에서 국가가 주된 돌봄자로서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요지이다.
장애는 배척하고 거부하는 사회적 편견에서 비롯되므로 복지의 대극에는 인간 소외만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도 이제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보다는 존중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포용할 방안 또한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