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는 한국 근대 시기의 특정 인물인 경허(鏡虛) 성우(惺牛, 1846-1912)를 지칭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한국 선문(禪門)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한국 땅에서 먹물 옷을 입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불교계의 언저리에서 곁불을 한 번쯤이라도 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허와 연결되어 있다. 또 그의 유문을 모은 경허집(鏡虛集)은 경허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책이다.
조선의 불교는 일제의 병탄에 밀려 바람에 몸이 쏠리듯이 꺼져갔는데, 살아남으려는 방편이 와글거리는 속에서 몇몇 선사들은 맹렬한 화두 참구를 통해 세상을 관통하는 가파른 길을 찾아냈다. 헐거워진 세상은 화두를 통해 버티어질 것이고, 세상 밖의 이치가 마침내 세상을 젖먹일 때가 됐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 가운데 바로 경허가 있다.
그의 개인사나 수행력에 대한 평가야 어떠하든 간에, 경허의 생애가 한국 간화선의 새로운 시작 지점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의 삶이 장엄해 보이든 위태로워 보이든 그건 어쩌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말이야 얼마든지 다를 수 있겠지만, 그가 살아냈던 삶은 어쨌든 끝내 스스로 자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Contents
머리말 9
제1장 구한말 한국 선불교의 간화선에 대한 한 이해:
송경허를 중심으로 17
1. 죽음, 경허의 문제의식 20
2. 경허의 자발적 정통성 의식 28
3. 경허의 결사와 환속 37
4. 맺음말 43
제2장 송경허의 선사상을 통해 본 간화선 수행의
입각점과 지향점 45
1. 結社의 배경과 동기: 간화선의 입각점 47
2. 간화선 수행의 지향점 58
3. 수행의 점검과 실현: 경허의 ?심우송?에 나타난 조동선의 요소 63
4. 맺음말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