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 그들은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지만,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들은 우리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 일찍이 시인은 이렇게 묘사했다. 파이(PIE)심리상담센터는 사회에서 소외된 청년들의 삶을 돕기 위해 법인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설립 초기 그들이 돕는 사람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미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상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봐 주거나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없었다. 이후 그들은 ‘학교밖·사회밖 청년’으로 불렸고 가장 알려진 ‘은둔형 외톨이’라는 이름을 수용하게 되었다. 그저 하나의 몸짓이었던 은둔형 외톨이와 가족들이 이제는 분명한 실체가 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지난번 출판한 『은둔형 외톨이: 가족, 사회, 자신을 위한 희망안내서』를 집필할 때부터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와 가족을 돕는 상담자 및 실무자들을 위한 워크북을 구상하고 있었다. 앞선 책에는 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돕는 내용을 실었다면, 이 책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을 담고자 하였다. 두 책 모두 파이 상담자들의 7년여 동안의 고민, 갈등, 기도, 함께 흘린 눈물을 모은 것이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내놓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바라는 것은 한 가지이다. 이름을 부여해서 불러낸 은둔형 외톨이와 그 가족들을 최대한 진실되고 전문적으로 돕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