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송대(宋代) 선종사(?宗史)를 연구한 책이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조명하지 않았던 송대 조동선(묵조선)에 대한 연구로서, 조동종(묵조선)의 사상과 역사, 진헐청료, 굉지정각 등 조동 묵조선의 선승들의 생애와 사상 등을 종합적 · 집중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묵조선 연구의 일환으로 당시 치열하게 사상과 수행적 투쟁을 벌였던 대혜종고와 간화선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간화와 묵조의 쟁점, 차이점, 사상적 시대적 지역적 배경 등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대혜종고는 당시 묵조선을 ‘삿된 선(邪禪)’이라고 대단히 비판했는데, 그 대상은 사실 굉지정각(宏智正覺, 1091~1157)이 아니고, 굉지의 사형인 진헐청료(眞歇淸了, 1088~1151)였다. 대혜종고와 굉지정각과는 뜻밖에도 매우 절친하였는데, 대혜종고가 귀양에서 풀려나자마자 곧바로 5산의 하나인 아육왕사 주지(방장)로 취임한 것도 공지정각의 적극적인 추천 때문이었다. 당시 대혜보다는 굉지가 더 선배였고 고승이었다.
이 책의 원서가 출판되는 1987년까지 중국 선종사 연구는 주로 당대(唐代) 선종사 연구에만 한정 · 집중되어 왔다. 그 이유는 선사상 그 자체의 매력은 당연히 당대선(唐代禪)에 있기 때문이었다. 당대 선불교는 중국 선사상을 창조한 시대, 형성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조사선’이라고도 한다. 현재 유명한 선어록인 『마조어록』, 『조주록』, 『임제록』 등 어록의 백미는 모두 당대 선승들의 어록이다. 송대 선종(선승들)은 당대 선승들의 어록에 대하여, 주로 수시(垂示), 송고(頌古), 염고(拈古), 착어(着語), 평창(評唱)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코멘트, 즉 해설 형식의 사족(蛇足)을 붙였는데, 이것이 가장 두드러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찰의 규모 등 세력, 교세적인 면에서 당대 선종과 송대 선종을 비교하면, 송대 만치 선불교가 외형적으로 발전한 때도 없다. 송대에 이르러 선불교는 중국 불교를 석권했다고 할 수 있다. 사대부나 관료 등 지식인들도 모두 선불교롤 귀의했다. 특히 『설두송고(雪竇頌古)』로 대표되는 선시, 게송 등 선문학의 발전은, 많은 문인들로 하여금 선불교로 투항하게 했는데, 선시가 너무 좋아서 푹 빠졌던 것이다.
저자 이시이 슈도(石井修道) 선생도 “선사상 그 자체의 매력은 당연히 당대(唐代, 당나라)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송대 선종사 연구’를 테마로 택한 것은 이 분야가 미개척의 분야로서 연구할 것이 의외로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이다. 저자는 당대선과 송대선의 구분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唐代禪과 宋代禪을 어디에서 구분 지을 수 있을까? ??경덕전등록??은 선종 五家의 사상을 집대성한 획기적이 책이다. 당대선은 선종五家禪의 완성이고, 송대선은 五家분파의 盛衰 및 消長이다. 여기에 당대선과 송대선의 구분이 가능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선사상사적으로 당대 조사선은 한창 막 아름답게 피고 있는 꽃이라고 할 수 있고, 송대선은 그 꽃이 만개해서 시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송대선의 특징이기도 한 선교일치와 삼교일치(유불도)의 사상은 결국 송대 국가주의와 유교에 대한 영합 및 타협의 선풍으로부터 발생된 것이었다. 당대선이 개별적인 종교임에 비하여 송대선은 집단적인 종교로서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다. 집단적인 종교는 원리가 先行하여 형식화 및 형해화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또 당대와 송대의 禪者의 차이점은 당대에는 洞山·雲居·臨濟처럼 자신의 법호를 산의 명칭과 사찰의 명칭으로 불렸지만, 송대에는 宏智·眞歇·大慧처럼 賜號 및 道號로 불렸다. 종래보다도 의식적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