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랄의 거짓말

빌랄은 북인도 작은 마을에 사는 열세 살 소년이다. 빌랄의 어머니는 다섯 해 전에 돌아가셨고, 소년은 암 투병중인 아버지와 살고 있다. 형이 하나 있지만 아버지와의 불화로 좀체 집에 들어 오지 않는다. 빌랄의 아버지는 조국을 사랑하는 한 시민이자 지식인으로서 분열 직전에 놓인 인도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바램과는 달리, 인도의 분열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고, 빌랄은 이 사실이 투병중인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고심 끝에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한다. 만약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신다면, 통일 인도의 모습을 그의 기억에 남겨 주고 싶은 것이 소년의 바람이자 효심이었다.

1947년 8월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수백 년간 이어 온 식민 지배의 종지부를 찍은 감격스러운 독립이었다. 하지만 신생 독립국 인도는 곧바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고 만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뿌리 깊은 갈등이 양국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이다. 하나의 나라가 둘로 나뉘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졌고 가족과 친구들을 잃었다. 어림잡아 이 과정에서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각종 테러와 폭력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역사적인 격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빌랄의 거짓말』은 열세 살 소년의 눈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바램을 섬세하고 풍부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된 지 벌써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 지역의 종교 갈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간 세 번의 큰 전쟁이 있었고 지금도 국지적인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서로 으르렁대느라 정신없는 지금의 남북한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의 사회적 독서의 유용성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