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독실한 기독교인 청년이 좌절감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우리 신문은 한국 교회에 대해 비판할 수 없습니다.” 지은이 곽영신은 몇 해 전 한 초대형교회가 운영하는 중앙일간지에 입사했다. 한국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목사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곧 그는 이곳에서는 제대로 된 기자생활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표를 냈다. 그런 뒤 작은 기독교 방송사에 기자로 입사했다. 그런데 이곳마저도 대형교회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지 말라는 압박을 가했다. 교계 곳곳을 다니며 목격한 한국 교회의 민낯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한데도 제대로 비판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해서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교회가 진정으로 개혁되길 바란다면 한국 교회의 타락상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이를 파편적으로가 아니라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목적에서 쓰였습니다.”
저자는 기자 출신답게 사건을 면밀히 추적해 기록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 취재 현장에서 확보한 문서 자료 두 상자, 교계 언론 기사 1만 건, 단행본 80여 권을 참고하며 꼼꼼하게 기록했다. “《거룩한 코미디》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책이다. 상투적 소재들이지만 디테일이 짜임새 있다. 기자스러운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 방식으로 한국 교회의 현상을 치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기자 리포트 중에는 매우 훌륭한 리포트로 평할 만하다. 각각의 리포트 속에는 디테일만 있는 게 아니라 외연의 확장도 있다. 하나의 사건에서 좀 더 큰 틀의 조망이 있다는 것이다. ‘기자스러운 텍스트’ 중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은 조망이 돋보인다. 그것은 저자가 현상 리포트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공부하면서 책을 썼다는 증거다. 이런 점은 높은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점에서 《거룩한 코미디》는, 감히 내가 평할 수 있다면, ‘꽤 괜찮다’.”(김진호 ‘추천사’에서)
이 책 1부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교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의 대형 사건들을 추적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선거 및 분열 사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예장합동)의 97회 총회 파행 사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감독회장 선거 파행 사태가 그것이다. 또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두고 한국 교회가 보수·진보로 나뉘어 갈등하는 모습도 다뤘다.
2부에서는 한국 사회에 잘 알려진 대형교회 목사들의 윤리적 타락과 몰락을 그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교회 사유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초대형 예배당 건축과 논문 표절,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등을 둘러싼 논란을 면밀히 추적했다. 끝으로 3부에서는 교회 개혁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의미에서 저자가 직접 WCC 부산총회를 참관하며 느꼈던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서 배워야 할 점, 혼란 속에서도 교회 갱신을 외치며 끝까지 싸우고 있는 개혁가들의 노력을 소개했다.
Contents
들어가는 글_ “정의를 강물같이 흐르게 하라”
한국 개신교 교계 지도
1부 돈과 권력을 숭배하다
1장. 당신이 한국 교회 대표라고?!
― 한기총은 왜 둘로 나뉘었나
2장. 노래방 목사, 가스총 목사
― 한국 교회 ‘장자교단’ 예장합동의 막장 총회
3장. 목사들은 7년째 선거 중?
― 감리회의 치열한 권력 암투
4장. 진리는 오직 나의 것
― WCC로 본 한국 교회 근본주의
2부 탐욕에 빠지다
5장. 제사장과 그 아들들
― 여의도순복음교회, 재벌도 부럽지 않은 교회 사유화
6장. “사랑의교회, 너마저!”
― 한국 교회 자랑거리에서 근심거리로
7장. 끝나지 않은 ‘숨바꼭질’
― 처벌할 수 없는 ‘스타’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3부 한국 교회 고쳐 쓰기
8장. “우린 무얼 했나”, 세계 교회 VS 한국 교회
― 한 기독청년의 WCC 부산총회 참관기
9장. 살아남은 개구리들
― 한국 교회 개혁의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