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시고 석 달 뒤, 엄마도 돌아가셨다. 그때 넷째 언니 김응의 나이 열두 살, 막내 김유의 나이 일곱 살이었다. 언니들이 학교로, 회사로 가고 나면 두 자매는 어른 없는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소꿉장난 같은 날들을 보내는 동안, 호의인 줄 알았던 동네 어른의 관심에 배신도 당했고, 자매의 이야기가 실린 신문기사 덕분에 아이들에게 돌멩이를 맞기도 했다. 막내까지 딸이라고 누구 줘 버리자는 농담이 진짜인 줄 알고 “애기 남 주지 말아요” 눈물을 뚝뚝 흘리던 넷째는 커서 동시 작가가 되었다. 막내 역시 언니와 나란히 동화 작가가 되었다. 언니가 문학잡지 편집자로 일하는 동안 동생은 어린이책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다. 두 사람 삶에는 유난히 교집합이 많았다. 언니가 살뜰히 발라 주는 생선 가시를 냠냠 먹으며 막내는 어른이 되었고, 껌딱지처럼 붙어 다닌 덕분에 이제는 혼자 있는 것보다 둘이 있는 게 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사소하지만 소중한 시간들이 쌓여 여기까지 왔다.
어른 없는 세상에서 삐삐처럼 씩씩하게
어린 동생은 넷째 언니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파워레인저쯤 되는 줄로 알았다. 동생이 위기에 빠지면 언제라도 구하러 오는 언니가 얼마나 커 보였는지 모른다.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언니 덕에 어린 동생은 따뜻한 밤을 보냈다. 제법 반찬도 만들 줄 아는 언니가 있어 밥상이 가난하지 않았고, 자매는 느릿느릿 편하게, 노래도 불러 가며, 숟가락 들고 돌아다니면서 신나게 먹었다. 불편한 건 많았지만 마음까지 고프지는 않았다.
스무 살이 넘은 언니가 맘껏 노는 동안 동생은 새벽까지 놀다 들어와 교복만 갈아입고 다시 학교에 가는 ‘비행 청소년’이 되었다. 키메라 화장을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이 모든 것을 딱! 끊고 동생이 피자집 아르바이틀 시작했다. 모든 것엔 때가 있고, 그 때를 기다려 주는 언니가 있어 동생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회사 가는 동생에게 도시락을 싸 주는 언니, 쉴새없이 온갖 잔소리를 퍼부어 주는 언니가 있어 좋았다. 자매는 대놓고 같은 옷을 사 입고, 심지어 목소리마저 똑 닮았다. 쌍둥이보다 더 쌍둥이 같은 자매다. 서울에서 태어나 삼십 년을 넘게 살다가 파주로, 속초로 이사를 갈 때도 두 사람 마음은 하나였다. 작은 골목 작은 집에서 작은 꿈을 꾸면서 사는 일상.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른이 되어도 같이 삽니다
둘이 같이 있는 풍경이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익숙해졌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여행을 갈 때도, 작업을 할 때도, 둘은 언제나 함께다. 둘 다 마음에 드는 동화를 읽기라도 한 날엔 밤새 책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언니가 쓴 책에 동생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아예 자매가 함께 책을 쓰기도 한다. 머리를 맞대고 꿈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는 신기한 날들을 지나고 있다. 하도 싸워서 둘이 떨어져 사는 것만이 답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던 자매다. 지지고 볶고, 다투고 화해하면서 오늘도 응유 자매는 같이 산다!
Contents
들어서며
진짜 자매
천생연분
파워레인저
삐삐머리
연탄불
동네 스타
소고기
양념 뚜껑
어른 없는 밥상
이야기가 있는 집
옥시시 꼬치
껌딱지
비행 자매
생선 가시
동시와 동화
1+1
책 만드는 사람
맹매삼찬지교
한목소리
반품
이사
언니 말
독립
김밥 자매
물들다
색연필
응 미용실
곳간 열쇠
작은 집
물력거
걷는다
나가며
Author
김응,김유
평등하고 조화롭고 긍정적인 세상을 꿈꾸며 동시를 쓰는 작가이다. 그래서 이름도 한글로 ‘응’이라고 지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그동안 아동복지시설과 도서관에서 문학예술강사로 활동했으며, 잡지 기자와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보리 국어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으로 우리 말과 글을 가꾸고 지키는 일을 해 왔다. 『누구나 알아야 할 한글 이야기 10+9』 연구, ‘한글 28 사건, 그 역사를 되살리다’, ‘한글을 지키고 가꾼 28인’ 전시 등에 참여했다.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 『걱정 먹는 도서관』, 동시집 『둘이라서 좋아』, 『똥개가 잘 사는 법』, 『개떡 똥떡』 등을 냈다.
평등하고 조화롭고 긍정적인 세상을 꿈꾸며 동시를 쓰는 작가이다. 그래서 이름도 한글로 ‘응’이라고 지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그동안 아동복지시설과 도서관에서 문학예술강사로 활동했으며, 잡지 기자와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보리 국어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으로 우리 말과 글을 가꾸고 지키는 일을 해 왔다. 『누구나 알아야 할 한글 이야기 10+9』 연구, ‘한글 28 사건, 그 역사를 되살리다’, ‘한글을 지키고 가꾼 28인’ 전시 등에 참여했다.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 『걱정 먹는 도서관』, 동시집 『둘이라서 좋아』, 『똥개가 잘 사는 법』, 『개떡 똥떡』 등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