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6일 01시 25분 구마모토 규모 7.3 지진이 발생했다
2016년 9월 12일 20시 32분 경주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구마모토 지진 현장에 가다』는 구마모토 부흥 지원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2017년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한 부흥 프로젝트는 에이팟 코리아(A-PAD Korea)와 씨빅포스(Civic Force)가 협력해 구상한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에는 두 가지 미션이 있다. ‘구마모토 관광 부흥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와 ‘개인이 준비한 질문에 답을 찾는다’이다. 대안대학 풀뿌리사회지기학교 학생 여덟 명이 프로젝트에 함께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동일본대지진 당시 피해지역에 살았던 일본인 대학생들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풀뿌리사회지기학교 학생들은 구마모토에서 재난 이후의 삶을 대비하는 지혜를 배웠다. 이들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지켜본 이수연 기자는 학생들의 활동을 기록하며 경주와 구마모토의 접점을 찾아냈다. 그것은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사람은 이를 딛고 계속 살아간다는 사실이었다.
7박 8일 일정의 구마모토 부흥 프로젝트는 공동 일정과 팀별 일정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공동일정에는 후쿠오카 홍수 피해현장 봉사활동도 포함돼 있었다. 3일의 공동일정 이후 여덟 명의 학생은 구마모토시, 미나미아소촌, 야마토정 세 개의 팀으로 나뉘어 각각 마을을 방문했다. 구마모토와 경주는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다. 두 지역 모두 관광지였고, 지진 이후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침체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학생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며 각자의 감성으로 그들의 삶을 바라봤다. 지진 이후 당연하게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삶은 계속되었다.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는 그동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재난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경주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부실한 내진 설계와 미흡한 대응은 눈에 보이는 1차 피해를 넘어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졌다. 이후 도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한국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재난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재난 이후 어떻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구마모토 부흥 지원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지진 이후 개인뿐 아니라 마을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돌아왔다. 일본에서 구마모토 지진 당시와 피해 상황을 알리고 있는 사쿠라 씨는 “그렇다고 모두가 저희처럼 활동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재난 이후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복구 활동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요. 자기와 맞지 않는데도 사명감 때문에 한다고 하면, 반대할 거예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게 중요해요. 일상으로 돌아가서 꿋꿋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재난을 극복하고 잘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이야기한다. 재난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것. 그것 역시 결코 멈추지 않을 삶의 이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