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류는 진정한 인간적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야만 상태에 빠졌는가?
현대사회의 지칠 줄 모르는 자기 파괴에 대한 철학적 성찰
20세기 초반 유럽은 승승장구의 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발전의 성과와 세계 전역의 식민지로부터 나오는 부를 통해 유럽인들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풍요로운 시절을 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민지 분쟁에서 촉발된 1차 세계대전, 그 뒤로 이어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은 문명의 중심에서 야만의 장소로 전락하고 만다. 문명의 진보가 거대한 야만을 불러온 것이다.
이러한 ‘진보의 역설’은 한국사회에서도 다르지 않다. 단기간에 이룩한 경제발전과 민주화는 모두가 잘 사는 미래를 약속하는 듯 보였으나, 우리가 실제로 보고 있는 것은 끝없이 깊어진 사회 양극화와 자기계발이라는 허울 속에 숨은 자기 착취의 정당화이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무한경쟁사회가 되고 말았다. 경제적, 정치적 자유의 추구가 삶의 자기 파괴로, 행복한 삶의 상실로 귀결된 것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은 유럽사회의 ‘진보의 역설’에 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적 성찰을 돌아보며,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된 현실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책이다. ‘사회비판총서’ 1권으로 기획된 이 책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상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들의 테제(주장)들이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는다. 이 질문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이 바로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데 유용한 참조점이 되어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