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선수의 심리공식

‘승리’와 ‘패배’라는 양극단의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 선수들은, 어떻게 승리하는 경기를 만드는가

‘2점을 앞선 상황에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른다. 투 아웃을 잡을 때까지 잇단 주자의 출루로 동점을 허용한 투수는 위기에 몰린다. 후속 타자가 유격수 방향으로 평범한 땅볼을 쳤는데, 유격수가 실책을 범한다. 투수는 과연 불안한 이 상황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경기 중 우리가 흔히 봐왔던 상황으로, 이때 투수가 이성을 잃는 경우를 셀 수도 없이 목격할 수 있다. 이닝을 끝낼 수 있을 때 야수가 실책을 하는 곤란한 상황에서 투수의 대처는 경기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투수는 어떻게 헤어 나와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의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Lucretius)도 “의심과 위험에 빠져있는 사람을 보라. 바로 그 순간, 그의 진정한 실체가 울려 퍼질 것이다. 가면은 찢어지고 실재만이 남을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 ‘역경’은 쉽지 않은 과제이자 엄격한 스승이기도 하다. 역경과 실패는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소설가 헨리 필딩(Henry Fielding)은 ‘역경은 원칙을 시험하는 기회다. 역경 없이는 자신이 정직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썼다. 이렇듯 역경을 마주할 때 선택도 함께 마주하게 된다.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강인한’ 선수라면 그 역경을 극복해낼 것이다.

최고 수준에 오른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사실 종이 한 장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가. 바로 정신력이다. 이 책은 대표적인 ‘멘탈게임’인 야구에서 선수들이 경기 전후와 경기 중 마주하는 문제들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정리한 심리지침서다. 저자가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심리강사 겸 상담사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들을 정리했다. 특히 저자가 이 책에서 중점을 둔 포지션은 야구장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투수다. 투수는 수비 팀에서 유일하게 공격을 하는 선수다.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져야 시작된다. 투수는 능동적이며, 반면 타자들은 수동적이다. 따라서 이 책은 투수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종목에서의 이점을 인지하고, 발전시키며, 유지하는 것을 돕는 것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 책은 투수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의 모든 선수들에게도 유용하다. 야수들은 이 책을 통해 투수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투수들과 대결을 펼치는 타자들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이 책은 투수는 물론 투수의 심리를 알고 싶은 모든 야구선수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경기력에 방해되는 심리적인 요소들과 그것을 극복해내는 방안, 이를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드러내는 방법을 찾는 운동선수들이라면 종목을 불문하고 당연히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