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된 과학자!
‘과학자 교황’ 실베스테르 2세의 삶을 통한 중세 ‘암흑시대’의 재해석
≪주판과 십자가≫는 제목이 의미하듯이 ‘주판’으로 상징되는 과학과 ‘십자가’로 상징되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 과학과 종교의 전쟁을 다룬 책들처럼 이 전쟁을 다시 되풀이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과학과 종교가 전쟁을 하게 된 동기와 그 시발점을 밝히고 이 전쟁이 벌어진 배경도 분석한다. 저자에 의하면 과학과 종교의 전쟁은 19세기 중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서기 999년에 교황이 된 과학자 제르베르의 일생을 통하여 중세의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상세히 밝히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흑시대’에 대한 이미지는 틀렸다. 당시 사람들은 이미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기 1000년의 마지막 날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공포에 질려 있지도 않았다. 그리스도인들이 무슬림과 유대인들을 영원한 적이라고 믿고 있지도 않았다. 교회가 과학을 적대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서기 1000년의 교황은 당대의 선도적인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다. 자신의 생애에 ‘과학자 교황’이라 불린 오리야크의 제르베르는 비록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과학에 대한 그의 지식과 책 사랑 덕택에 교황 실베스테르 2세가 됨으로써 그리스도교 세계의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었다.
인정받는 과학 저술가인 낸시 마리 브라운은 ≪주판과 십자가≫에서 다양한 분야를 재치 있게 넘나들면서 오리야크의 제르베르가 농부의 아들에서 교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의 과학적 탐구와 정치적 책략을 통해 추적한다. 중세의 편지들과 현대의 자료들을 사용하여 그녀는 1000년 전에 수도사, 왕, 심지어 교황들의 생애에서 과학이 어떻게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했는지 생생하게 보여 주며 독자들을 제르베르가 살던 세계로 인도한다. 당시 과학은 참된 상류층의 표식이었으며 신께 드리는 최고의 예배였다. 실로 오리야크의 제르베르는 이성과 신앙 사이의 심오한 연결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일생의 대부분을 프랑스 성당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지낸 그는 아홉 개의 아라비아 숫자와 영(0)을 사용하여 수학을 가르친 최초의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는 음향학과 논리학에 대한 논문을 썼고 왕들과 황제들을 가르쳤다. 그는 첩자였고 반역자였으며, 또한 킹메이커였으며 예지가이기도 했다.
어느 뛰어난 수학 교사의 생애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인 ≪주판과 십자가≫는 역사와 수학, 종교 등에 흥미가 있는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암흑시대'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중세 유럽을 재구성하면서, 저자는 오늘날 현대 세계의 주요 분쟁들인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분쟁, 종교와 과학의 전쟁 등이 역사적 필연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산물일 뿐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Contents
서론 암흑시대
제1부 목동에서 교사로
1. 오리야크의 수도사
성군 제랄드 백작 | 제르베르의 출생 | 수도원 생활 | 침묵과 고독 | 순례길과 성유물 | 성당 건축 | 독서 생활
2. 책을 만들려면 한이 없는 것이니
양피지 제작 | 잉크 제작 | 제책 과정 | 지혜로 가는 중요한 열쇠 | 학생의 승리는 스승의 영광 | 제르베르의 교육 | 라틴어 교육 | 암기법 | 수사학과 변증법 | 삼학(三學)과 사과(四科)
3. 세계의 보석
스페인 유학 | 스페인과 무슬림 | 카탈루냐 | 지혜의 집 | 스페인에 전해진 이슬람 과학 문명 | 코르도바 | 스페인으로 가는 길 | 스페인에서 3년 | 리포이의 과학 | 미로 본필과 제르베르
4. 랭스의 학교 교사
로마로 가다 | 아달베로 | 랭스의 성당학교 | 콩스탕탱 | 우정의 표현 방법 | ≪프랑스의 역사≫ | 성당학교에 끼친 영향
제2부 과학자 제르베르
5. 주판
주판의 발견 | 제르베르의 주판 | 손가락 수 | 아라비아 숫자 | ≪주판에 관한 책≫ | 알고리즘의 탄생
6. 수학과 신의 마음
주판의 사용 | 아보 수도원장 | 부활절의 계산과 수학 | 수학과 신의 마음 | 음악과 신의 마음 | 기하학과 신의 마음 | 아르키메데스의 재발견
7. 천구의
시간 측정 | 천구의 | 천구의 제작법 | 혼천의를 이용한 천문학 강의 | 일식과 월식 | 지구의 모양에 관한 논증 | 세계 지도 제작 | 평평한 지구 오류 | 종교와 과학의 전쟁
8. 아스트롤라베
아스트롤라베 | 제르베르와 아스트롤라베 | 아스트롤라베의 제작 | 현존하는 아스트롤라베들 | 카탈루냐의 독립 | 아스트롤라베의 전파 | 아스트롤라베와 점성술 | 영원한 친구 콩스탕탱
제3부 수도원장에서 교황으로
9. 보비오의 수도원장
황제의 부름을 받다 | 황후 테오파누와 오토 2세 | 토론 대결 | 신임 보비오 수도원장 | 실패한 수도원장 | 오토 1세와 황후 아델라이데 | 오토 2세의 성공과 실패 | 오토 3세의 즉위 | ≪카르멘 피구라툼≫ | 랭스로 돌아가다 | 첩자 제르베르의 활약 | 랭스의 교사로 복직
10. 반역과 파문
정치에 연루되다 | 위그 카페 | 로테르와 무위왕 루이 | 반역 | 카페 왕조의 탄생 | 샤를의 반란 | 원초적 혼돈 | 잘못된 선택 | 랭스의 대주교가 되다 | 아보와 아르눌프의 대결 | 10세기의 교황들 | 파문 | 제르베르의 반격
11. 마지막 황제의 전설
오토 3세와 제르베르 | 오토 3세 당시의 로마 | 교황 그레고리오 5세의 반란 | 뒷거래 | 프랑스를 떠나다 | 독일로 간 제르베르 | 제르베르와 오토
12. 서기 1000년의 교황
마침내 교황이 되다 | 필라가투스 | 11세기 초의 교황들 | 교황 실베스테르와 황제 오토 | 교황 실베스테르 2세의 업적 | 간더스하임 분쟁 | 보비오와 랭스 | 세상의 종말 | 오토의 배역 | 카롤루스 대제의 무덤을 열다 | 로마인의 반란 | 오토의 죽음
13. 세상의 종말
오토 없는 제르베르 | 왜곡된 이미지 | 제르베르의 죽음 | 한 세상이 끝나다 | 이단 처형과 필리오퀘 | 사후의 평가 | 베노의 조작 | 월터 맵의 조작 | 윌리엄의 조작 | ‘암흑 전설’ | 제르베르의 재발견 | 또 다른 조작들 | ‘과학자 교황’ 제르베르